실크로드 경제권 - 창강벨트 교차 거점도시
중국 서부 과학기술·경제·문화 중심지 역할
유망 스타트업에 최대 100만위안 창업 지원
한국기업 지분보유 30%이상 혁신창업기업에
3년간 임대료 무료 등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전문가들 "중국 내수시장 진출 성공하려면
현지 수요 맞춘 제품 개발 전략 필요" 지적
중국 서부 과학기술·경제·문화 중심지 역할
유망 스타트업에 최대 100만위안 창업 지원
한국기업 지분보유 30%이상 혁신창업기업에
3년간 임대료 무료 등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전문가들 "중국 내수시장 진출 성공하려면
현지 수요 맞춘 제품 개발 전략 필요" 지적
■ 2017 리스타트 코리아
혁신생태계 해외서 배운다 - 중국 현지취재
혁신단지 키우는 중국 서부지역 거점 '청두'
"이곳에 온 이후로 새로운 기회가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만난 스타트업 '인피니헨스'의 손정민 대표는 현지 창업 환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피니헨스는 독자 개발한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기반으로 웨이보, 위챗 등 중국 SNS 서비스 이용자들이 남긴 위치 정보를 수집·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자마시(XAMASI)'를 개발한 한국 스타트업이다.
한국에서 데이터 확보에 한계를 느낀 손 대표는 중국 현지 진출을 결심했고, 지난해 청두의 창업 특구 '티엔푸 소프트웨어 파크' 내에 있는 인큐베이팅 시설인 '촹예창'에 한국 스타트업 1호로 입주했다. 촹예창에 입주하기 위해선 7∼8명의 심사관 앞에서 중국어나 영어로 300초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5분 동안 질문을 받는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입주 기업은 최장 1년 동안 무료로 사무실을 임대할 수 있고, 5만∼500만위안의 창업 시동 자금을 받는다. 또 법인 설립과 법률, 재무, 세무, 인재 채용, 프로젝트 심사 등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고,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면 200만∼500만위안의 엔젤 투자 혜택도 주어진다. 지난해까지 총 735개 기업이 촹예창을 거쳐 갔고, 현재 234개 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이 곳에서 인큐베이팅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2015년 벌어들인 수익은 21억위안(약 3500억원)에 달하며, 2억달러(약 2300억원)의 벤처 투자를 유치했다.
인피니헨스는 이곳에서 전문가들의 인큐베이팅을 받으며 현지에서 우수한 개발 인력들을 채용해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고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국의 병원과 기업, 호텔 등 여러 고객사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만난 현지 스타트업 '미아오웨이'와 손잡고 타오바오, 징동닷컴 등의 상품추천 영역을 통해 고객사 상품을 마케팅하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중국에 진출한 지 1년 여 만에 6개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올해는 3500만위안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두를 기반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에 지점을 설립해 영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촹예창에 함께 입주한 스타트업과 자연스럽게 협력이 이뤄지고 선배 기업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서 멘토링을 받으며 현지 네트워크가 빠르게 생겨났다"며 "특히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정책적인 혜택이 많아 현지 정착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내륙까지 번진 '대중창업 만인혁신' 열기=청두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신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와 창강경제벨트가 교차하는 중요 거점도시로, 중국 서부 지역의 과학기술·경제·문화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보통 중국 내륙 지방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선전 등 해안 대도시에 비해 낙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청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중국 평균 경제성장률 보다 높은 8%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서부지역 소비 1위 지역답게 도심 번화가인 춘시루와 타이쿠리에는 초고층 빌딩과 명품점이 즐비하고 수많은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밤 늦은 시간까지 북적인다.
2014년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제시한 이후 분당 평균 8개 기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국의 창업 열풍은 청두에서도 뜨겁게 불고 있다. 청두에는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서부단지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주력으로 한 남부단지 두 곳으로 나뉜 '하이테크산업개발구'가 있다. 이 곳에는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지멘스,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을 포함한 총 8만개 기업이 입주해있다. 청두는 정부에서 지정한 전국 116개 하이테크산업개발구 순위에서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3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혁신성을 자랑한다.
남부단지에 위치한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 클러스터인 티엔푸 소프트웨어 파크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비롯해 IBM, 레노버, SAP, NEC, GE 등 250여 개 IT 기업이 입주해있다. 청두시는 수많은 인큐베이터와 엑셀러레이터 들이 활동하고 있는 티엔푸를 중심으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 선전 못지 않은 청년 창업의 중심지를 만들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에는 최대 100만위안의 창업 지원금을 제공하고, 임대료와 세금 감면 혜택도 지원한다. 우수 스타트업에는 매년 정부 보조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에도 구매가의 최고 4분의 1을 지원해준다. 이런 지원 정책에 힘입어 2015년 2월 '벤처 티엔푸' 정책 시행 후 1년 동안 생명공학·정보통신 등 첨단기술 기업 1만1000개를 포함해 24만9000개의 창업 기업이 탄생했다.
◇한국 기업에 열려 있는 기회=청두시는 혁신단지를 키우며 해외 기업과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7만7000㎡ 규모의 창업혁신단지인 '징롱혁신창업플라자'는 '한중교류센터'를 비롯한 두 동의 전용 공간을 마련하고 한국 기업에 적극적으로 문을 열어놓고 있다.
2015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리커창 총리는 중국 서부 지역의 거점인 청두에 대중창업 만중혁신 전략과 한국의 창조경제 전략을 연결하는 혁신 단지를 건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설립된 징롱혁신창업플라자는 한국 기업의 지분 보유 비율이 30% 이상인 혁신 창업 기업에 대해 3년 동안 임대료 없이 공간을 제공한다. 또 대기업 출신 핵심 인력이 창업을 할 경우 인증을 거쳐 200만위안 이하의 창업 자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고급 인력이 창업할 경우 5년 이내에 8000만위안 이하의 지원자금을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 기업이 설립부터 신고, 특허 및 인력 지원, 사회 보장 서비스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B2G 서비스 센터'를 비롯해 한국 기업에 지원하는 바우처인 '혁신신용권'을 이용해 전문 업체에 법률, 재무, 지적재산권, 기술이전 등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중개 서비스 센터'와 정부 플랫폼 사업 참여를 돕는 '플랫폼 서비스 센터' 등을 나란히 세웠다. 심지어 단지 안의 모든 간판에 한글을 함께 표시했고, 단지 외곽에는 한국 미식 거리를 주제로 한 상가를 조성해 한국 기업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중국 시장 공략 위한 적극적인 협력 기회 만들어야=인피니헨스도 최근 법인을 설립하고 징롱혁신창업플라자에 입주했다. 송 대표는 "사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중앙 정부와 달리 아직 지방 정부는 한국 기업과 인재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라며 "각종 혜택을 받고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청두 하이테크산업개발구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 정부의 협력이 적극적이지 않아 아쉬움을 사고 있다. 현재 징롱혁신창업플라자의 다른 건물은 중국 현지 기업과 외국계 기업들로 이미 만실이지만, 한국 기업 전용 동은 아직도 상당 부분 비어있는 상태다. 현재 기업 2곳과 한·중 합자 인큐베이터 회사 3곳에서 보육하고 있는 40개 스타트업이 입주해있고, 오는 6월까지 기업 2곳과 인큐베이터 회사 6곳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가 최순실 사태 등 국정이 혼란한 가운데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기업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스로 찾아와 입주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기업 지원 시설들을 안내해 준 지 마(Ji Ma) 징롱혁신창업플라자 사업개발부장은 "구내식당에 한국인 직원들을 위한 한식 메뉴를 준비했지만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아 지금은 잠시 중단한 상태"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완성된 제품을 들고 가기보단 R&D 단계부터 중국 기업과 협력해 철저히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동북아사업단장은 "중국은 13억 모바일, 7억 인터넷 인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플랫폼 경제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며 "중국이 원하고 중국이 부족한 부분을 치밀하게 찾아내 중국 전역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플랫폼 생태계에 빠르게 진입해야 2020년 1경원 규모로 확장될 중국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두(중국)=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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