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시행될 경우 30대 그룹 상장사 3곳 중 1곳의 해외 기관 투자자 의결권 지분율이 오너와 국내 투자자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는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외국 투기자본이 선호하는 인사가 국내 대기업의 감사위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는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기업이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면서 오너 일가를 포함해 대주주의 지분율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자산 2조원 이상의 30대 그룹 상장사 93곳을 대상으로 국내·외 투자가 지분율을 조사한 결과 32곳의 해외 기관 투자자 의결권 지분율이 오너 일가와 국내 투자가(기관·전략적투자자 포함)의 지분율(2월17일 기준)을 웃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93개 업체의 오너 일가와 국내 투자가의 지분율은 50.8%, 해외 기관 투자가 지분율은 10.3%이고, 여기에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를 도입하면 국내 투자가의 의결권 지분율은 14.6%(36.2%p↓)로 줄어든다. 반대로 해외 기관 투자가의 지분율은 9.5%로 0.8% 포인트 하락에 그친다.
특히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LG그룹의 경우 상장사 9곳 중 7곳의 해외 기관투자가 의결권 지분이 국내 투자가 지분율을 웃돌았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를 도입하기 전 오너와 국내 투자가의 지분율은 43.4%에서 8.2%로 줄어들지만, 해외기관은 10.1%를 그대로 유지한다.
SK그룹 역시 상장사 9곳 가운데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 4개 핵심 계열사들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너 등의 의결권 지분율이 32.3%에서 8.1%로 급감하고, 해외기관 지분율은 21.8%를 유지한다.
삼성그룹 역시 13개 상장사 중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4개 계열사가, 두산그룹은 5개 상장사 중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3개사, 현대자동차그룹은 9개사 중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가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의 오너와 국내 투자가 지분율은 28.9%에서 16.5%로 줄어들지만, 해외기관의 지분율은 21.9%를 유지하고, 현대차 역시 국내 우호 지분이 13.4%(24.9%p↓)로 줄어들면서 해외기관(21.3%)의 지분율보다 낮아진다.
한편 CEO스코어는 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때 의결권을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의 경우에는 가장 보수적인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93개 계열사 가운데 11개사(11.8%)만 해외 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선임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포스코, SK하이닉스, 삼성화재, 신세계, 이마트, KT&G, 삼성SDI, 한국타이어, SK가스, 현대로템 등 해외 기관투자가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