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프라 기업 LG엔시스가 지난해 큰 실적 부진을 겪어 올해 ICBM(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을 큰 기조로 하드웨어의 단순 공급은 지양하고 SW 솔루션과 인프라 기술 역량을 키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시스는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매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LG엔시스의 이 같은 부진은 회사의 주력 사업인 기존의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하드웨어 총판 및 시스템통합(SI) 등의 부진이 주요 이유다. LG엔시스는 지난해 매출이 6860억원으로 전년 8240억 대비 1380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5년 210억원에서 지난해 7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총 임직원 숫자도 496명으로 전년 532명 대비 40여명 가까이 축소했다.
LG엔시스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LG전자와 LG U+의 투자 감소, 지난해 세계 경기의 둔화와 국내 소비 위축 등으로 기업들의 IT 투자 축소 기조가 지속 돼 실적 부진이 나타났다고 밝혔지만, 이 요인만으로 회사 상황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IT 업종 중 하드웨어 기반 사업이 전체적으로 하락 추세인 것은 맞다"며 "다만 기존의 시스템통합(SI)와 하드웨어 기업들은 신사업 확대와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실적을 만회하고 있는데 LG엔시스는 포지션이 애매해 이런 움직임마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LG엔시스는 LG CNS의 100% 자회사로 과거에는 서로의 사업영역이 비교적 뚜렷했지만, 최근 LG엔시스가 LG CNS의 눈치를 보면서 신사업을 과감하게 확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3년 LG CNS는 LG엔시스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금융자동화(CD/ATM) 기기 사업을 이관받기도 했다. 특히 LG CNS가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마련하고자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자회사인 LG엔시스도 같은 사업을 본격 나선다면 LG CNS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엔시스 관계자는 "LG CNS와 같은 ICBM을 하더라도 LG엔시스는 인프라에 초점을 맞춰 내부 엔지니어 역량을 키우고 있다"며 "앞으로 LG CNS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영섭 LG CNS 대표가 지난해 6월부터 LG엔시스의 대표를 겸임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LG엔시스가 사실상 LG CNS에 흡수되는 작업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LG엔시스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으나 뜬소문이고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LG그룹 관계자도 "그룹차원에서 두 회사의 합병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