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선 이화여대 외국어교육특수대학원 석사과정
![[발언대] 중국어 교육 빛과 그림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1202102269036001[1].jpg "[발언대] 중국어 교육 빛과 그림자")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긴장 속에 있음에도 여전히 식지 않는 것은 중국어 교육열이다. 사그라지기는커녕 중국어를 배우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져 유아를 위한 중국어 유치원이 생겨날 정도다.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딸 이방카는 SNS를 통해 중국어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의 영상을 올리며 중국어 교육에 대한 열띤 관심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어는 어느새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어 학습에 뛰어들고 있으며 중국어 교육시장은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여러 학습자를 겨냥한 맞춤형 교재와 교육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필자가 공부했을 시절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중국어 음률을 활용한 학습법부터 애니메이션, 드라마, 스크린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한 학습법이 개발되면서 학습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학습자의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는 없을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어교육시장을 살펴보면 중국어 교재가 우후죽순으로 출판되다 보니 중국어 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교재보다는 흥미위주의 교재가 많아지고 있는 게 현 실정이다. 심지어 학습자의 어려운 한자 학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자를 줄이고 한국어 독음을 늘리는 교재까지 출판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올바른 중국어 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어는 한글과 다르게 표의문자인 동시에 음절마다 높낮이가 있는 성조언어이기도 하다. 교수자는 이러한 중국어의 특성을 활용하여 입문기초학습자에게는 그림을 기초를 둔 상형자를 예로 들며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쉬운 언어라고 설명해 줄 수 있다. 또한 한국어에도 억양이 있듯 중국어에도 여러 높낮이가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한국어와 중국어 간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중국어는 어렵다는 편견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이렇게 중국어에는 학습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있다. 하지만 지금 출판되는 몇몇 교재를 살펴보면, 중국어 고유의 특성을 활용한 교수법보다는 쉽고 빠르게 배우는 방법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서 아쉽기만 하다.
한 예로 중국어로 "나는~을 살 거"라는 표현을 할 때 我要買라고 말하게 되는데 중국어의 발음 표기 '한어병음'을 따르지 않고 我(우어)/ 要(야오)/買(마이) 이렇게 한국어 독음으로만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올바른 중국어 발음은 각각 1음절이지만 학습자들은 2음절로 표기된 한국어 독음으로 발음하다 보니 중국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한국식 중국어 발음을 배우게 된다. 당장은 중국어가 어렵지 않아서 쉽게 학습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습자들에게 과연 득이 되는지는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이런 경우에는 학습자가 독음을 보고 익히는 것이 아닌 소리를 듣고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자의 명언 중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문장이 있다. '배우고 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라는 뜻으로 학습의 즐거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무언가를 학습한 후 터득했을 때는 분명 즐거움이 따르지만 그 과정 속에 부딪치는 어려움과 진보하지 않는 것에 대한 조급함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단계별로 원리를 터득하고 내 것으로 소화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무엇보다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중국어를 배우려는 학습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학습자들의 기호에 맞춘 다양한 콘텐츠가 새롭게 개발되고 있고 손만 펼치면 SNS와 인터넷강의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배울 수 있다. 이런 넘쳐나는 교육 시장에서 교수자는 학습자가 무분별하게 학습법을 수용하지 않도록 정확한 방향제시와 함께 교육의 질을 한층 높임으로써 학습자가 지름길에서는 제대로 느끼지 못할 배움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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