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발언대] 여성용품 다양한 선택지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5/2017052202102269029001[1].jpg "[발언대] 여성용품 다양한 선택지 필요하다")
작년 5월 아이들이 생리대를 구매하지 못해 수건이나 휴지 혹은 깔창을 이용한 일명 '깔창생리대' 이슈가 대두되면서 일회용이 아닌 대안월경용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월경용품은 일회용생리대와 탐폰, 면생리대 3가지다. 이 중 국내 가임기 여성 92%가 사용하고 있는 월경용품은 일회용 생리대로 다양한 브랜드가 있으며, 탐폰 사용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일회용생리대와 탐폰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특징에 맞게 기능성 있는 제품들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기능성 개선과 함께 여성질병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 일회용생리대 내 화학성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한 여성단체의 실험결과를 통해 일회용생리대에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으며, 이로 인해 국내 제품에 대한 불신이 생겨 여성 소비자들은 해외제품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국 여성들이 최근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해외제품이 바로 월경컵(생리컵)이다. 미국에서 70년 전에 개발돼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약 50개국 나라에서 사용되는 월경컵은 인체에 무해한 의료용 실리콘 재질로 제작됐다. 탐폰처럼 몸 안에 삽입해 혈을 직접적으로 받아내는 방식이지만 탐폰 보다는 독성쇼크증후군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다는 게 장점이다. 이러한 월경컵은 현재 한국 내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생산, 판매되고 있는 곳이 없어 한국 여성들은 공동구매 혹은 해외직접구매 방법으로 월경컵을 구하고 있다.
국내 월경용품 제조업체는 왜 월경컵을 만들지 않을까? 월경컵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억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의약외품 제조 허가를 받아야 하는 비용과 식약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임상실험을 진행해야 하고 안전성 허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월경컵은 다년간 사용할 수 있어 투자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월경컵 이슈가 떠오른 1년이 지난 지금도 월경컵 수입 혹은 국내 제조업체의 움직임은 조용하다.
이러한 더딘 움직임속에서 최근 여성들의 힘을 모아 국내 월경컵 시장을 만들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됐다. 3주가 지난 현재 약 1500명이 함께 참여했으며, 여성들은 또 하나의 월경용품 선택권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중이다. '블랭크컵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펀딩은 단순히 월경컵을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업체들이 큰 비용으로 할 수 없었던 임상실험을 처음으로 진행함으로써 후발주자 업체들이 임상실험에 대한 큰 투자 없이도 월경컵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물론 월경컵이 모든 한국 여성들에게 잘 맞는 월경용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햄릿증후군'이라는 단어처럼 넘쳐나는 월경용품 속에서 나에게 맞는 선택을 위해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할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4차 산업 혁명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지만 1980년 생리대의 혁명이라고 불리던 일회용생리대가 탄생한 30여년이 흐른 오늘도 한국의 월경용품에는 큰 변화가 없다. 새로운 바람의 필요성을 느낀 지금, 여성들의 편안한 월경을 위한 새로운 혁명이 필요한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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