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전자정부민관협력포럼 공동의장
![[이슈와 전망] AI협업 새 일자리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05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AI협업 새 일자리 만들자")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당간 협업, 부처간 협업, 민관간 협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새 정부 성공의 키는 협업이다. 여소야대 정치체제하에서 정당간 협업은 새 정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고질적인 부처간 칸막이 제거도 부처간 협업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가 밀고 민간이 이끄는 민관 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새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협업 분야가 하나 더 있다. 인간과 기계,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협업이다.
제4의 물결은 인간의 지적능력을 배운 인공지능이 몰고 오는 물결이다. 이 물결을 타고, 지금까지 인간이 하던 다양한 지적인 일까지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일자리를 놓고 인간과 로봇은 경쟁관계가 될 것이고, 로봇이 최종적으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를 반영하듯 기업들은 앞다퉈 인간의 일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논리에만 매몰돼 인간이 해야 할 일까지 로봇에게 맡겨도 안 되고, 또 정치적 논리에 밀려서 로봇에게 맡겨야 할 일을 계속해 인간이 수행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로 인간이 잘하는 일은 인간에게 맡기고, 로봇이 잘하는 일은 로봇에게 맡겨 협업할 때가 됐다.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무인 전동차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경종을 준다. 전동차가 엄마를 태우지 않고 유모차만 싣고 떠난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인간과 로봇이 협업을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고 본다. 더 늦기 전에, 인간과 로봇 사이의 협업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인간과 로봇의 협업과 관련해, 새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몇 가지 정책을 들어 본다.
첫째, 제4의 물결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곧 사라질 운명에 있는 낡은 일자리 중심의 고용정책에 매달리면,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협업은 사라지고, 장기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정책은 성공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둘째, 제4의 물결 시대에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이런 새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새 정부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기술로 가능하게 된 다양한 '일하는 방식'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 기업과 정부는 근로자를 조직의 귀중한 자산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을 이제는 해야 한다. 새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단순히, 비정규직의 지위를 바꿔 준다는 의미가 돼서는 안 된다. 근로자를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용도가 사라지면 버리는 '소모품적'인 근로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근로자를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할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상생의 큰 성과를 내게 될 것이다. 넷째, 이를 위해 직장에서 재교육과 개인적 차원의 평생교육을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제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도록 고용과 교육정책을 혁신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다섯째, EU 등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법인격 부여 등 법제화 노력도 즉시 시작해야 한다. 또 제2, 제3의 물결 시대에 만들어진 각종 낡은 규제를 대대적으로 혁파해, 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일자리창출이 가능하도록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 발족할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소속의 '제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이 일을 맡아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IMF 환난 시기,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자며 정보화 사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 당시, 평생교육국이 인적자원부의 수석국(首席局)이었다는 것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금 청년실업이 심각하지만, 새 정부도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슬로건을 만들어, 미래 일자리를 준비해야 한다. 제4의 새 물결이 몰려 올 때, 제2, 제3의 물결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일자리와 낡은 교육으로는 그 물결을 감당할 수 없다. 인간과 로봇이 조화롭게 협업하는 새로운 일자리로, 거대한 제4의 물결을 지혜롭게 넘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등생이 돼야 한다.
새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사람 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이 만들어 내는 지혜로운 협업이 출발점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해 국민을 실업의 고통에서 구해 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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