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게임 인식 패러다임 바꾸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0802102251102001[1].jpg "[새정부 이렇게 혁신하라] 게임 인식 패러다임 바꾸자")
강화도를 두고 연상되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여러 의견들이 있겠지만 여기에는 십중팔구 화문석, 혹은 인삼이 포함돼 있을 확률이 높다. 남원은 어떨까? 대부분은 쉽게 춘향이를 떠올릴 것이다.
화문석과 인삼은 강화도의 특산물이다. 또한 춘향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 소설 '춘향전'의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모두가 알다시피 남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지역 특산물이 존재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해당 고장에서 나고 자라는 특별한 물품을 통해 한 번 더 기억하고 찾아달라는 얘기다. 남원에서 매년 춘향제를 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눈을 넓히면 국가 차원에서도 특산물로 삼을만한 효자 상품이 있다. 바로 게임이다. 게임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류로 잘 알려져 있는 방송이나 음악산업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은 그 동안 응원과 격려보다는 질타와 눈총에 가까운 대접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게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각종 규제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게임 규제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지난 2012년 프랑스에서 열린 모 게임대회가 무대였다. 대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당시 만 15세)는 갑자기 전에 없던 무리한 운영으로 결국 패배를 당했다. 이유는 이 선수가 자정을 앞두고 남긴 말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 맞다, 셧다운하는데…'가 그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국내 규제 체계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게임산업은 해외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e스포츠의 경우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환경에서 과거에 비해 한껏 높아진 게임의 위상을 증명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에는 실효성과 관련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온 셧다운제가 다시 한 번 연장 결정됐다. 산업을 이중 삼중으로 옥죄는 규제들 역시 건재하며, 게임을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시선 및 인식 개선도 갈 길이 멀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새롭게 들어선 정부가 어느 때보다 게임산업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언급하셨던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 이로 인한 글로벌 성장동력 상실이 대표적이다.
게임은 자원 등 현실적인 여건상 수출을 중시해야 하는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산업이다. 콘텐츠 생산에 대한 시설 부담도 없다.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인재와 아이디어뿐이다.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크다.
출발은 소박해도 좋다. 게임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정부의 인식 제고부터 시작하면 된다. 단순한 규제 대상이 아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산업 측면에서의 접근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과거 자타공인 게임강국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게임을 가장 잘 만들면서 가장 잘하는 국가였기 때문이다. 콘텐츠 생산과 소비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토양만 있다면 창의력이라는 씨앗에서 나고 혁신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자란 게임들이 우리나라의 대표 특산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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