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루미나, 시장 90% 독점
국내서비스업체 외산 사용 불가피
"장비값·운영비 턱없이 비싼데
유전자 검사비는 갈수록 싸져
서비스 제공할수록 오히려 손해"
"정부 분석장비 산업 지원 시급"
국내서비스업체 외산 사용 불가피
"장비값·운영비 턱없이 비싼데
유전자 검사비는 갈수록 싸져
서비스 제공할수록 오히려 손해"
"정부 분석장비 산업 지원 시급"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정밀의료가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특정 기업의 분석장비에 의존하다 보니 산업구조 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시장 대부분을 쥐고 있는 외국 기업에 장비 가격과 관리비용 등을 내고 나면 국내 기업은 적자를 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시스템 시장은 미국 일루미나가 약 90%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국내 유전자분석 서비스 업체들은 일루미나나 미국 써모피셔사이언티픽 등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업계는 장비 구입비 외에도 장비 기업에 매년 내야 하는 운영비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서비스 기업들은 10억원이 넘는 장비 구매비 외에도 매년 구매가의 15% 정도를 유지보수 비용으로 내야 하고, 이밖에 시약값, 분석소프트웨어(SW) 비용 등을 지불한다. 장비, 시약, SW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유전자 분석은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일루미나 장비를 쓰고 있는 서비스 기업 한 관계자는 "고객에게 100달러를 받고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면 80~110달러는 장비업체에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유전자분석 서비스로 연 매출 100억원을 올려도 약 90억원은 특정 장비업체에 줘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을 고려하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A사와, 약 15억원을 기록한 B사의 경우 매출의 절반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치킨집을 하면서 닭을 팔아 받은 돈은 닭 공급사에 다 주고 감자튀김으로만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비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유전자 분석시장의 특성상 서비스 업체들은 불리한 가격구조를 감수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최신 장비를 경쟁적으로 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장비 가격은 계속 오르는 반면 유전자 검사서비스 비용은 일루미나가 100달러 시대를 예고했듯이 갈수록 떨어져 현재의 왜곡된 시장구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분석 SW까지 고스란히 외산에 의존하다 보니 국내 기업은 노하우가 제대로 쌓이지 않고, 사실상 독점구조이다 보니 장비 유지보수 등 서비스 질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손을 놓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유전자 분석기기 국산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염기서열 분석회사들을 지원하거나 자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정부 주도 하에 일루미나와 경쟁할 자국 장비 기업을 확보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3월 중국 내에서 이뤄지던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안전성 등을 이유로 전면 중지하고, 4개월 뒤 중국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가 개발한 NGS 장비 'BGISEQ-1000'을 허가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BGI는 2010년 중국개발은행에서 약 2조원의 투자를 받아 대규모 유전자 분석시설을 짓고, 2013년 미국 분석장비 개발업체 컴플리트지노믹스를 인수, 일루미나와의 경쟁체제를 열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1년 주력 산업의 해외 장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당시 지식경제부 주도로 '신성장동력장비경쟁력강화사업'을 추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NGS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마크로젠,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삼성SDS 등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2013년까지 120억원을 투입한 후 중단됐고, 개발한 장비는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유전자 분석장비를 국산화하려던 당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외산 장비에 모든 것을 다 내주는 현재의 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장비 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며 성장하기에는 현재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산업 생태계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지나치게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루미나코리아 관계자는 "일루미나의 가격 정책은 대량구매, 분석 실패율을 낮추는 방법, 유전자분석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등을 통해 충분히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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