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상태 파악하는 'ESC'까지 발전… 사망사고 최고 56% 줄여
자동차의 발전사는 '어떻게 하면 잘 가고 잘 설 것인가'의 역사로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자동차 구동력의 원천인 엔진의 발전에 대해서만 주목하지만, 자동차가 오래도록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이동수단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육중한 차량의 빠른 이동 관성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제동장치의 발전이 함께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최고 시속이 5km에 지나지 않던 최초 자동차에는 제동장치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속력이 빠르지 않았던 만큼 바퀴와 노면의 마찰력만으로 차량을 멈춰 세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기술력이 발전함에 따라 운전자가 원할 때 차량을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최초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슈 브레이크'로 벽돌 모양의 마찰제인 '슈'를 타이어에 밀어붙여 속력을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후 1800년대 후반 '밴드 브레이크'가 나타났습니다. 바퀴 구동축에 브레이크 드럼을 설치하고 밴드를 감아 밴드를 조이면 구동축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대적인 방식의 제동장치는 1900년대 들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드럼 브레이크'는 휠 안쪽에 드럼을 장착하고 드럼 내부를 슈 브레이크로 조이면 제동력이 발휘되는 방식으로, 최근까지도 상용차에 장착되고 있는 제동장치입니다. 바퀴와 함께 회전하는 브레이크 드럼 안쪽으로 라이닝(마찰재)을 붙인 브레이크 슈를 압착해 제동력을 얻습니다. 브레이크슈, 휠 실린더, 백플레이트와 브레이크드럼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 슈는 확장기구에 의해 드럼 내면에 압착되고 브레이크 슈에 부착된 라이닝과 드럼 내면의 마찰력에 의해 바퀴가 정지하는 방식입니다.
드럼 브레이크보다 진일보한 디스크 브레이크는 현재 가장 대중적인 제동장치입니다. 원반 형태의 '디스크'가 바퀴와 함께 회전하다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 패드라는 마찰재가 양쪽에서 디스크를 압박해 제동하는 방식입니다. 원판 브레이크라고도 합니다. 밀폐형 드럼 브레이크의 경우,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마찰열로 드럼이 팽창해 작동하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제동력을 발생시키는 방식은 이렇게 발전해왔으나, 모든 바퀴에 일정한 제동력을 주는 방식은 제동 환경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미끄러운 도로에서 급제동하면 바퀴가 잠기면서 조향능력을 상실하는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ABS'(Anti-Lock Braking System)가 등장했습니다. ABS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디스크를 계속해서 죄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디스크를 빠르게 잡았다 풀었다 반복해 최적의 제동 효과를 얻는 장치입니다. ABS는 차가 급제동할 때 노면과 타이어 간의 점착 능력에 맞춰 휠 브레이크의 제동 압력을 제어합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 제어영역은 슬립률 8~35% 범위이며, 자동차 주행속도 시속 약 10㎞ 이상에서는 활성화되고, 약 6㎞ 이하에서는 비활성화됩니다. 시스템에 따라 다르나 제어 사이클 반복은 초당 약 4~10회가 대부분입니다.
ABS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로, ESC는 다양한 센서를 통해 차체가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최적화된 제어 성능을 발휘합니다. ESC는 제동 시에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주행 시에도 안정적 주행을 돕기 위해 계속해 작동합니다. 또 엔진 토크까지 제어해 위급한 상황에서 차량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줍니다. 센서가 1개 필요한 ABS와 달리 ESC는 3개 이상의 센서가 동원되며, 밸브도 추가로 들어갑니다. 외관상 거의 비슷한 두 제품은 차량 조립 시 운전석 브레이크 페달 위치와 가까운 엔진 룸 안쪽에 장착됩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에 따르면 ESC는 사망사고 위험을 32~5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용순기자 cys@
도움말=현대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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