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에만 매달려선 곤란
가입자 혜택·단말 라인업 확보 등
스스로 경쟁력 키우는 노력 필요
가입자 혜택·단말 라인업 확보 등
스스로 경쟁력 키우는 노력 필요
■벼랑 끝 알뜰폰 (하)
[디지털타임스 강은성기자]통신비 인하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알뜰폰이지만, '후발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언제까지 정부 지원이나 비대칭 규제만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알뜰폰 이용자의 상당수가 '기 가입자에 대한 부실 혜택', '부족한 단말 라인업'. '열악한 서비스망' 등을 지적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고 자생력을 갖추지 않으면 결국 도태할 것이라는 냉정한 비판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알뜰폰 업체는 우체국이나 알뜰폰 허브(Hub),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 등 주로 3가지 판매채널로 이용자 접점을 운영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수위인 CJ헬로비전의 경우 독자 보유한 대리점은 서울 지역 15곳을 포함해 전국 83곳에 그친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우체국 등에 판매를 수탁하는 정도가 전부이고 자체 유통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동통신 3사가 직영 대리점만 1만여곳, 판매점까지 합산할 경우 3만곳이 넘는 판매채널을 보유한 것과는 천지 차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이통사와는 달리 방대한 유통망을 단순화하고 온라인 직접판매를 통해 리베이트 등을 최소화 하면서 이를 저렴한 요금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신사 대리점은 단순히 가입, 구매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 및 혜택 안내, 신제품 체험 등 다양한 업무가 이뤄진다.
특히 요금안내나 해지, 재가입과 같은 부가 업무도 대부분 대리점에서 이뤄지는데, 알뜰폰의 경우 유통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이용자들 사이에서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망 부족뿐 아니라 민원 등을 접수하는 고객센터 인프라도 열악하다. 현재 대다수 알뜰폰 업체는 각종 문의나 서비스를 온라인이나 전화 고객센터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전화는 연결이 쉽지 않고 온라인은 실시간 응대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의 만족도가 턱없이 낮다. 포털이나 커뮤니티 등에서는 '알뜰폰 고객센터 한번 연결하려면 도 닦아야 한다', '고객 센터 연결은 애당초 포기했다', '인격 수양하기 딱 좋다'는 식의 비아냥 섞인 불만이 적지 않은 상태다.
실제 우체국 수탁판매 중 수위를 차지하는 중소알뜰폰 업체 E사는 수개월째 개통처리와 고객 민원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해오다 최근에는 고객센터 업무를 시간대별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오전 9시~11시, 요금제 변경 및 위약금·약정 문의 △오전 11시~12시, 납부방법 변경·조회 및 단말기 관련 문의 △오후 2시~4시, 요금 미납 및 해지 문의만 받는 등 상담 내용을 제한하는 지경에 처한 상태다.
알뜰폰 업계가 올 상반기 자체조사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알뜰폰에 대한 불만사항으로 △고객센터 서비스 부족 △단말기 기종 선택 폭 적음 △멤버십 서비스 없음 △휴대전화 인증 서비스 안되는 곳이 있음 △통신사 앱 지원 부족 △해지 시 위약금 부담 등이 꼽히는 등 대부분 열악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4년간 알뜰폰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는 정부의 지원정책, 비대칭규제에 기댄 측면이 적지 않았다"면서 "알뜰폰 업계가 적자 상황, 영세함 등을 내세우며 열악한 서비스는 마냥 고객에게 '이해'해 달라고만 하고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공동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현재 알뜰폰 판매는 전국의 우체국이 대행하고 있어 어느 정도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는데, 서비스는 거의 대응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업계의 자금력을 고려할 때 개별 서비스망을 갖추기 어렵다면 업체 간 제휴나 공동 출자 방식으로 전국 거점 서비스망을 구축, 함께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알뜰폰 업계는 "알뜰폰사업자는 이통사와 동등한 판매점 유통수수료를 부담하며 운영하기 어렵고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우체국 판매 수탁이 알뜰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는데, 기왕 알뜰폰이 통신비 인하에 뚜렷한 효과가 있는 것이 입증된 만큼 우체국 외 정부기관(지자체, 주민센터)을 활용한 유통망 지원이 확대된다면 더욱 많은 이용자가 저렴한 통신서비스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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