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포럼] `4차산업혁명` 과도한 반응 역효과 부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9/2017092002102251037001[1].jpg "[포럼] `4차산업혁명` 과도한 반응 역효과 부른다")
첫 번째 우려는 언론의 보도방식이다. 최근 들어 비판적 뉴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언론은 4차산업혁명의 자극적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다. "4차산업혁명이 5년간 510만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현재 직업의 약 47%가 없어질 것이다" 등과 같이 주목과 흥미를 끌 수 있는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켜 왔다.
보도량도 지나칠 정도로 많다.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초(18개월)까지 4차산업혁명에 대한 기사를 검색한 결과, 뉴욕타임즈에서는 단 10여건이 검색됐다. 이에 비해 조선일보에서는 2670건이 검색됐다. 동일한 검색조건에서 267배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과도하게 4차산업혁명을 언급하고 언론이 취재보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양적, 질적으로 4차산업혁명에 대한 과도한 뉴스는 사회구성원들과 정부의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많은 직업이 가까운 미래에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한 뉴스보도는 학부모들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코딩(coding) 사교육'을 초래했다. 교육부가 중·고등학교에 소프트웨어(SW) 의무교육을 도입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SW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들에게 필요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취지이지만, 급하게 마련된 탓에 'SW 사교육' 열풍만이 예측되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 우려는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한 우려다. 문재인정부는 25명의 민간위원과 5명의 정부위원으로 구성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9월 중에 출범시킬 예정이다. 민간 중심의 운영은 올바른 방향이라 판단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 기술, 빅데이터, 로보틱스, 3D 프린팅 등과 같은 4차산업 기술들이 민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핵심 기술과 산업분야를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주도해 '육성'하려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제시한 내용을 보면, 자율주행차·드론·정밀의료 등을 신산업분야로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범부처 4차산업혁명 대응추진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며, 핵심기술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지능정보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75%에서 90%로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 계획은 4차산업혁명으로만 대체됐을 뿐, 기존 정부들의 과학기술정책 또는 산업정책과 다르지 않다. 과거 정부들은 'IT벤처', '창조경제' 등에 대한 전방위적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정부주도형 형태는 관련 산업들과 기술들을 일정 정도 발전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단기 성과주의로 인해 기초 기술보다는 융복합 기술의 확보에만 집중되기도 했고,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연구만이 활성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대규모 사업수주를 위해 '제안서작업'(paper work)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정부과제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넣어야 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과 같이 더 '4차산업혁명'에 가까운 용어들을 넣어야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4차산업혁명 주도국가'와 같은 정치적 수사보다는 기본과 기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진행해오던 '창조경제 창업정책'은 문재인정부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관련된 핵심 정책들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현재까지 발생한 '학습효과'이며 정부정책에 대한 평가다. 정권의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가능한 정부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러한 구조하에서 핵심 국가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발현돼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의 'The Future of Jobs' 보고서는 '복합문제 해결역량', '비판적 사고', '창의성', '타인과의 협업역량', '인지적 유연성' 등을 미래 인재들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러한 역량들이 순위에 차이가 있지만 2015년에도 동일하게 중요했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기초적인 핵심역량은 급속한 기술 변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기술들의 융·복합을 통해 발생하는 사회적 변혁도 사실상 이러한 기초적 핵심역량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교육시스템이나 정부정책은 '새롭게 보이는' 기술이나 융·복합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단기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투자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기초 교육과 연구에 충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조화할 수 있도록 지원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도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언론도 자극적 보도보다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을 탐사보도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하며, 정부·대학·연구기관이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도록 '워치독(watchdog)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