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정체·변환 밝혀내는 중심과학
'화학' 용어 1856년 중국서 처음 사용
'화학' 용어 1856년 중국서 처음 사용
![[이덕환의 과학세상] (627) 화학이란](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2202101476788002[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627) 화학이란")
세상 만물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천체 관측에 뛰어났던 수메르의 전통을 이어받은 동양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이 양(태양)과 음(달), 그리고 독특하게 움직이는 5개의 행성을 뜻하는 물(수성)·쇠(금성)·불(화성)·나무(목성)·흙(토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음양오행설'이 있었다. 기하학에 관심이 많았던 서양에서는 만물이 불(정사면체)·흙(정육면체)·공기(정팔면체)·물(정이십면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원소설'을 믿었다. 훗날 정십이면체에 해당하는 '제5원'을 추가하기도 했다.
화학을 뜻하는 영어 'chemistry'는 납과 같은 평범한 금속을 금과 같은 귀금속으로 변환시키겠다는 '연금술'에서 유래된 것이고, 연금술을 뜻하는 'alchemy'는 '함께 주조하다'는 의미의 아랍어 '알키미아'(al-kimia)에서 유래됐다. 동양에도 서양의 연금술과 비슷한 '연단술'이 있었다. 귀금속이 아니라 불로장생의 명약을 만들려는 시도였다. 고대의 야금술·철학·점성술·천문학·의술·신비술이 모두 연단술의 일종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화학'(化學)이라는 용어는 1856년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던 영국 선교사 윌리암슨이 '격물탐원'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화학의 대표적인 상징인 물질의 변환을 '되다' 또는 '달라지다'를 뜻하는 '化'로 표현한 것이다. 1857년 중국인 번역가 왕도도 자신의 일기에서 '화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1871년에는 청의 과학자 서수는 영국의 화학 교재를 중국어로 번역한 '화학감원'을 발간했다.
네덜란드로부터 서양의 과학을 '난학'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19세기 일본에서는 화학을 네덜란드어 'Chemie'(헤이미)의 발음을 따라 '세이미'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난학자였던 우다가와 요안이 1840년에 서양의 화학을 소개한 '세이미 가이소'를 발간했다. 우다가와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산소·수소·질소·탄소·백금·산화·환원·포화·용해·분석·원소 등의 용어도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도 중국의 '화학'을 쓰고 있다.
물리학은 화학과 함께 현대 자연과학의 핵심 분야다. '물리학'에 해당하는 영어 'physics'는 '자연'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의 '피시스'에서 유래되었다. 서양 과학이 도입되던 청 말기의 중국에서는 물리학을 '격치학'이나 '격물학'으로 불렀다. 성리학에서 '세상의 이치를 꼼꼼하게 따져 알아낸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에서 유래된 것이다.
'물리'(物理)라는 말은 오래 전부터 더 넓은 의미로 쓰던 것이다. 초나라의 갈관은 '갈관자'의 '왕부편'에서 물리를 '모든 것의 진실'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오나라의 양천이 쓴 '물리론'이라는 책도 있다. 명·청의 학자 방이지는 현대의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분야를 소개하는 '물리소식'(物理小識)이라는 백과사전을 펴내기도 했다.
생명을 연구하는 현대 과학 분야인 생물학에 해당하는 영어 'biology'는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의 '바이오'에서 유래된 것이다. 1802년 프랑스의 자연학자 라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리학·화학·생물학·지질학·천문학 등을 모두 포함하는 '과학'을 뜻하는 'science'는 '지식'을 뜻하는 라틴어 'scientia'에서 유래된 것이다. '과학'이라는 용어는 명치 시대의 계몽학자 니시 아마네가 '개별학문' 또는 '분과적 학문'이라는 뜻으로 처음 사용한 것이다. science를 '서학격치'라고 부르던 중국도 이제는 '과학'을 사용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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