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분할·인력 구조조정 주도
맥 휘트먼 CEO 내년2월 퇴임
후임 네리 CEO HPC투자 확대
사업 불확실성 해소 주력할 듯
맥 휘트먼 CEO 내년2월 퇴임
후임 네리 CEO HPC투자 확대
사업 불확실성 해소 주력할 듯
맥 휘트먼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2월 퇴진하기로 결정, 공격적인 기업 분할과 인력 구조조정을 해온 HPE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어떤 전략변화를 시도할 지 주목된다.
맥 휘트먼은 2011년 부임 후 6년간 10만명이 넘는 직원을 감축하고 회사를 HPE와 HP INC사업부로 분할하는 등 숨가쁜 변화를 시도해 왔다. 현재 HPE는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PC, 프린터 등을 별도 기업으로 분리하고 서버·스토리지로 사업영역을 단순화한 상태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주력인 서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후임 안토니오 네리 사장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클라우드와 가상화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데다 서버가 더 이상 첨단 제품이 아니라 PC와 다를 바 없는 단순 기기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기업들이 서버업체로부터 장비를 사는 대신 자체 개발하거나 화이트박스를 구매해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당하는 시도가 늘면서 서버 시장이 줄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HPE의 서버 시장 매출은 올해 2분기 3억20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매출 또한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HPE의 세계 서버 매출은 2016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델과 EMC가 합작해 출범한 델EMC가 서버 시장에서 성장세를 키워가며 HP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AWS, MS 등 클라우드 사업자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등 대규모 서버 수요업체들이 서버를 사는 대신 직접 개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다른 기업보다 서버 의존도가 절대적인 HPE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HPE는 회사 매각설까지 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 당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10년 후 사라질 회사로 HP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지목했다"며 "당시는 HPE가 자체 CPU 사업을 포기하고 인텔 칩을 서버에 사용키로 정책을 바꾼 시점으로, 엔터프라이즈 사업에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맥 휘트먼은 부임 당시부터 회사 분할과 구조조정에 전력을 기울였다. 외신에 따르면 맥 휘트먼 부임 후 6년간 HPE는 전체 직원 15만명 중 약 10만명을 구조조정했다. 현재 HPE의 임직원은 약 5만명이다.
특히 올해 6월엔 'HPE 넥스트'라는 사업재편 작업을 진행해 5000명 이상의 추가 인력 감축과 프로세스 단순화, 투자 감축 등을 해 왔다.
맥 휘트먼의 뒤를 이을 CEO로 내정된 안토니오 네리는 고성능컴퓨팅(HPC) 사업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네리는 콜센터의 고객서비스 엔지니어로 HP에 입사한 후 20년 넘게 HPE에서 근무하며 CEO까지 오르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HP에서 근무하며 프린팅 사업부터 서버, 네트워킹까지 엔터프라이즈 부문 전반의 사업 경험을 갖췄다. 특히 지난해 8월 엔터프라이즈그룹 최고 임원으로 일하면서 고성능 컴퓨터 전문업체 SGI를 3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정석원 한국HPE 이사는 지난 9월 간담회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HPC 사업부문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은 HPE에서 전통적인 x86 서버에 비해 매출이 미미하지만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IT시장 전문가는 "HPE는 앞으로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HPC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기존 x86서버 매출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체 서버 시장은 약 50조원 에 달했지만, HPC 매출은 5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렛과 팩커드가 창업할 당시엔 HPE 정신이 살아 있었지만 창업자들이 모두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이 참여한 뒤로는 회사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며 "네리 CEO는 HPE의 사업 불확실성을 모두 걷어내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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