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경질유 '배럴당 40센트' 올려
'아람코' 상장대비 몸값올리기 분석
"일시현상… 다시 낮출 것" 전망도
'아람코' 상장대비 몸값올리기 분석
"일시현상… 다시 낮출 것" 전망도
사우디가 내년 하반기 상장을 앞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몸값을 높이기 위해 공급가 인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 업계 일각에서는 아시아 지역 원유 수급 상황이 내년에도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지만, 원유값 인상으로 정제 마진이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아람코는 내년 1월 아시아에 판매하는 아랍 경질유 가격을 12월보다 배럴당 40센트 올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고가다. 사우디가 매달 발표하는 공식판매가격(OSP)은 현 시장 가격보다 앞으로 더 올려 받을지, 아니면 내려 받을지를 알리는 지표다.
아람코는 지난달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재연장 결정 이후 아시아 지역의 계절적 수요 증가를 반영해 판매가격을 대폭 올렸다. 보통 아시아지역은 난방유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성수기다. 이뿐만 아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도 원유 공식판매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11월 공급분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원유 판매가 인상은 아람코 몸값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정부는 탈석유, 산업 다양화 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내년 상반기 중 아람코를 상장할 계획이다. 아람코 기업가치는 원유 매장량과 가격에 달려 있는 만큼, 사우디는 최근 유가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다만 이런 기조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가가 오를수록 대체재인 미국산 셰일오일 입지가 커져 사우디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는 아람코 상장 이후 사우디가 다시 원유 공급가를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사우디가 1월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인상한 것은 내년 상반기 아람코 상장 전까지 국제유가 강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장기적으로는 약 10년간 저유가 기조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산유국이 원유 판매가를 높이더라도 몇 주간 아시아 구매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원유 가격 인상으로 정유사의 정제 마진이 주춤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제 마진은 석유제품과 원유 가격 차이에서 얻는 수익을 의미한다. 정유사들은 최근 수년간 저유가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정제 마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양지윤기자 galile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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