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소장
![[디지털산책] 자율차 회전교차로 통행문제 풀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27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자율차 회전교차로 통행문제 풀어야")
도로에서 차량이 서로 평면 교차할 때 어느 차량이 먼저 진행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을 교차로 통행우선권(Right of Way)을 부여한다고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이 신호등 설치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신호교차로와 비신호교차로다. 신호교차로에서는 신호등의 등화 색깔에 따라 정지와 진입으로 우선권이 부여되는 것을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지만 비신호교차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신호등 대신 일단정지(STOP)나 양보(YIELD) 표지가 있어야 통행우선권이 정해진다. 미국, 유럽 및 일본에서는 일단정지가 있는 교차로에서 차량은 반드시 완전정지한 후 통행우선권이 주어지는데, 이 경우 먼저 정지한 차량이 먼저 진입하는 4-Way Stop과 주도로 주행차량의 간격을 확인하고 진입하는 2-Way Stop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도 도로교통법에 신호가 없는 교차로 통행방법으로 일시정지에 대한규정이 있지만 표지판 설치가 제대로 되어있는 교차로를 찾아보기 힘들고, 있다고 해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신 정지하지 않고 먼저 진입하면 통행우선권을 차지한다. 차량간 상충이 지속돼 경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 신호등을 설치하는 기준에 못미치는 마을 내 도로나 이면도로 교차로에도 신호등을 설치하는 데, 이는 도로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신호위반도 유발하게 돼 때로는 대형 충돌사고와 치명상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교통량이 많지 않은 교차로에서 신호등을 없애고 대신 회전교차로로 전환하는 사업이 각 도시별로 추진되면서 전국적으로 약 400여개가 설치됐다. 회전교차로는 비신호 교차로에서 일단정지 표지 없이 통행우선권을 부여하는 또다른 대표적인 형태다. 그런데 어느 차량에게 통행우선권이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진입하는 차량이 우선인 일반 로터리와는 달리 회전교차로에서는 회전하는 차량이 우선권을 갖는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은 진입 전 속도를 줄여야 하고 회전하는 차량이 있을 경우 반드시 일시정지해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안전수칙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듯 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회전교차로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해서 2016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800건이 넘는 사고로 15명 사망과 1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2020년 중반쯤에는 열대 중 한 대 꼴로 자율주행차량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돼 도로에서 일반차량과 혼재될 것이다. 이 경우 교차로 통행 상황을 가정해보자. 신호교차로에서는 차량의 센서나 신호제어기의 현시정보로 인해 자율주행차는 통행우선권을 정확히 인지하고 일반차량과 특별한 상충없이 주행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비신호교차로에서는 조금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듯 하다. 특히 회전교차로의 경우 자율주행차량이 회전교차로에서 회전 시 진입하는 일반차량이 일시정지 후 양보해야 하는 모호한 안전수칙을 준수하지않는다면 자율주행차량은 센서 작동으로 인해 정지하게 돼 교차로를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차라리 자율주행차량 운전자는 회전교차로 진입 시 수동모드로 전환하고 진출 후에 다시 자율주행모드로 복원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통행우선권 문제가 4차산업혁명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량이 시장에 보급되는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도로의 형태나 특성에 상관없이 무조건 먼저 진입하면 우선이 되는 우리의 운전문화를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도로교통법에 모호하게 명시된 교차로 통행방법에 대한 규정도 대폭적으로 재정비해서 자율주행차량과 일반차량이 서로 상충없이 혼재될 수 있도록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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