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예방·예측 정밀의학 키워드는 '바이오빅데이터'
의료정보 활용 산업화 생태계 조성 '아시아 리더'로
바이오헬스 분야 1000개 스타트업 육성 193억 지원
미래 산업 핵심인재 10만 양성 등 전문인력 확대도
향후 5년이 '골든타임'…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의료정보 활용 산업화 생태계 조성 '아시아 리더'로
바이오헬스 분야 1000개 스타트업 육성 193억 지원
미래 산업 핵심인재 10만 양성 등 전문인력 확대도
향후 5년이 '골든타임'…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신년인터뷰] "바이오, 4차 산업혁명시대 `전략적 민첩성`으로 새 지평 열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3002100976029001[1].jpg "[신년인터뷰] \"바이오, 4차 산업혁명시대 `전략적 민첩성`으로 새 지평 열어야\"")
■신년 인터뷰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확산되면서 바이오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했던 산업들이 주춤한 가운데 바이오산업은 국내에서도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바이오를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신산업 등과 함께 바이오·헬스를 5대 신산업 분야로 꼽으며 집중 투자를 예고했고, 보건복지부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바이오 장기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 및 의료현장 신속적용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계도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기술수출 성과 등을 통해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바이오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발전법 제38조에 근거한 국내 바이오산업 분야 대표단체로, 정부와의 협업과 바이오산업계의 유대를 강화하고 기술개발 및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9일 서울 금천구에서 만난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국내 바이오산업이 '빠른 추격자(패스트팔로어)'에서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거듭나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1세대 바이오벤처 마크로젠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60대 중반이지만 채식 위주의 식습관과 30㎏ 벤치프레스를 90회씩하는 등 꾸준하게 관리한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협회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산증인인 서 회장에게 미래 비전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 = 심화영 과학유통건설부장
-한국바이오협회는 언제 어떻게 출범 했나.
국내 첫 바이오벤처 마크로젠을 지난 1997년 설립했고 작년에 20주년이 됐다. 바이오벤처의 맏형격으로 사람들과 함께 모여 2000년에는 한국바이오벤처협회가 만들어졌다. 기존에는 1982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의 한국유전공학연구조합이, 1991년 한국생물산업협회가 있었는데 2008년 11월 3개 단체를 통합해 지금의 협회가 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 관련 국내 대표단체로 외국에서는 'Korea BIO'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2009년 한국바이오협회 초대회장을 맡아 4년 동안 임기를 마치고, 명예회장으로 있다가 2015년부터 다시 회장을 맡았다. 협회가 통합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30여 명의 직원들이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 바이오산업의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2000년을 기점으로 바이오산업이 확 바뀌었다. 2000년에 인간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게놈 프로젝트가 나왔다. 우화적으로 말하자면 에덴동산을 나올 때 못 가져온 몸의 메뉴얼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같은 시간대에 바뀐 흐름은 노인 인구의 증가다. 사람들은 오래 사는 것을 원하고, 보건의료 시장은 무지막지하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바이오가 메인 필드로 나온 것이다. 다만 국가적으로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의 경우 현재 의료체계 그대로 가면 2025년에는 파산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현재 치료 중심의 의료 시스템을 예방이나 예측하는 방향으로 끌어와 의료비 부담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면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의료비 때문에 거덜 날 수 있다. 해결책은 개개인의 정보를 갖고 질병을 예측해, 생활습관과 연관이 깊은 고혈압·암 등을 예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모든 나라가 정보화를 통해 의료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해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뭔가.
올해 한국바이오협회의 키워드는 '바이오 빅데이터'다. 우리나라는 개개인의 의료정보는 잘 갖춰져 있지만 병원마다 공유가 잘 안되고 정부는 의료정보 활용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도, 제대로 추진하는 것도 아닌 상태다. 유전체 정보와 의료정보를 매치할 수 있도록 해야 질병을 예방하고 예측하는 '정밀의학'을 실현할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도 규제개혁위원회가 활동했고 현재도 이 같은 흐름이 있지만, 규제를 하나씩 푸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보건의료에서 우리가 강점이 있으니 빅데이터를 풀어서 창업을 하게 해야 한다. 민간이 공공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자는 것인가.
의료정보는 의사와 병원에만 소속돼 개인은 일방적인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개인 유전체 정보에 대한 권한을 개인 본인이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당연히 그렇게 하고 있다. 국가가 손을 못 대고 개인이 갖고 있어야 산업화가 될 수 있다. 병원끼리도 경쟁이 치열해 의료정보를 풀지 않고 있는데, 의료정보를 적극 활용해 산업화가 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나라가 아시아 45억 인구의 리더 국가로 앞서나가야 한다. 인간에 대한 유전정보는 지역별·인종별로 차이가 있다. 지금은 미국·유럽·일본이 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45억 인구의 빅데이터를 선도할 수 있다면 선진국에서도 아시아 시장을 위해 우리와 연합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완전히 빼앗기는 거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중국·인도와 계통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의료정보와 의학적인 기술에 대한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10만 명에 달하는 의사들이 있고, 잘 짜여진 전자차트(EMR) 시스템 등 세계적인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세계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이제는 한국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려면 바이오헬스의 산업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창업이 되고 민간부문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갈 때가 됐다. 협회는 바이오헬스 분야 1000개의 스타트업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2016년 11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385억원 규모의 '초기 바이오기업 육성펀드'를 조성했고, 현재까지 193억원을 지원했다.미래는 창업에다. 벤처 10개 중 하나가 성공하면 그 한 곳에 집중하면 된다. 창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척후병을 보내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보건의료 산업은 어느 정도 지식이 갖춰진 사람이 창업을 할 수 있는데 한국은 그 점에서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다. 의사, IT 전문가 등에게 혜택을 줘서 창업을 자유롭게 하고, 실패해도 사회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사는 창업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협회는 신병훈련소 같은 스타트업 부스캠프를 만들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산학연계 프로그램인 MIT ILP 등과 협력을 통해 지원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이 도전적인 사람을 키워내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면 다음 단계는 충분한 인적자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민간부문이 성공한다.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한국바이오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과 미래산업 핵심인재 10만 양성 사업 등 바이오산업 부문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바이오기업 재직자 재교육사업, 유전체 분석 전문인력 양성, 바이오산업 인적자원개발협의체 활성화 사업, 이공계전문기술 연수사업 등이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약 87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연간 1000여 명 인데 앞으로는 더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가 의료정보를 처리하려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이 필요하다. 석사·박사까지 10만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10년 안에 만들어야 한다.
-협회의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협회의 또 다른 올해 키워드는 '포스트 차이나'다. 중국 시장과 더불어 중국 대체 시장인 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 등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다. 협회는 주한인도상공회의소, 태국투자청, 말레이시아 A-BIO 등과 바이오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바이오산업 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시아 시장의 90%인 한·중·일도 중요하다. 협회는 어떻게든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과는 지난 2011년 일본바이오협회(JBA)와 MOU를 체결하면서 교류가 활발해졌고, 중국도 작년 12월 중국 북경생물기술·신의약산업촉진센터(BPBC)와 MOU를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특히 중국의 취약점은 의료가 표준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모택동 시대에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합쳐버렸는데, 침을 놓고 마취를 한 채로 수술을 해서 온 중국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표준화가 안되니 진단이 사람마다 같지 않고, 유전체 정보가 진료기록과도 맞지 않는다. 이걸 교육과 제도로 풀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년이다. 잘못 판단하는 의사들이 있는 한 의료정보를 입력해도 답이 안 나온다. 한국은 빅데이터로 새로운 바이오 의료 체계를 세우면 중국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줄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갈 방향은 무엇인가.
한국은 스포츠·문화 등에서 대단한 나라다. 각 분야 퍼스트 무버가 생겨나고 있는데 이제 산업에서도 나와야 한다. 협회가 이를 추진하고 정부도 규제를 풀고 돕는다고 하니 바이오산업의 우선순위가 확 뛰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5년이 바이오산업의 '골든타임'이다. 중요한 시기에 정치적인 소용돌이가 너무 오래갔다. 올해는 그야말로 바이오 산업의 원년이다. 지금부터 5년 동안 많은 것들이 가야 하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국제시장에서 고생한 노동자들에게 이제는 우리가 보답해야 한다. 퍼스트 무버로 갈 수 있는 바이오산업이 나와야 할 때다.
-정부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정부는 이제 알지만 말고 행동을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산업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산업이 융합되고 모든 것은 정보화돼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저장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로봇·자율주행이 아니고 바이오헬스다. 반도체 세계 시장이 490조, 자동차가 400조인데 바이오헬스는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첩성이다. 한국 사람은 원래부터가 재빠르다. 여기에 하나 더 붙여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을 갖춰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략을 짜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정리=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서정선 회장은…
◇학력
1970년 2월 경기고등학교 졸업
1976년 2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학사
1980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생화학 박사
◇경력
1997년 1월~현재 국제분자생물네트워크 IMBN 창립회원
1997년 3월~2017년 8월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유전체 의학연구소 소장
2000년 3월~2004년 7월 마크로젠 대표이사
2003년 1월~2003년 12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부회장
2004년 8월~현재 마크로젠 이사회의장
2005년 1월~2005년 12월 한국유전체학회 회장
2007년 12월~2009년 4월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회장
2008년 1월~2008년 12월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2009년 5월~2009년 12월 통합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2009년 12월, 2015년~현재 한국바이오협회장
1983년~2017년 8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17년 5월~현재 공우생명정보재단 이사장
2017년 9월~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석좌교수
![[신년인터뷰] "바이오, 4차 산업혁명시대 `전략적 민첩성`으로 새 지평 열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3002100976029001[2].jpg "[신년인터뷰] \"바이오, 4차 산업혁명시대 `전략적 민첩성`으로 새 지평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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