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일이 또 다시 발생했다. 여야 구분 없이 국민 안전을 향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소방기본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2월 임시국회가 개회하기도 전에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이제 와서 조급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꼼수로 국회를 향한 국민의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순 없다. "뒤늦게라도 법안이 통과 됐으니, 이제 참사가 줄어들겠지"라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
이 법안들이 조금만 더 일찍 시행됐다면 하는 분노를 떨쳐낼 수 없다. 그랬다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거나 그 참상이 크게 줄었을지 모른다. 2014년 10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요양병원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건물 규모가 아닌 병원 환자들의 나이와 피난 속도를 설치 기준에 반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연면적 5000㎡이상 혹은 수용인원 500명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수정됐다. 이 바람에 밀양 세종병원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같은 법 개정안도 숙박시설이나 밀폐된 영업장 등에 대해 스프링클러와 비상탈출 로프 설치를 규정했지만, 중소 상공인의 부담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자동 폐기됐다. 제천 화재 참사의 주요 원인인 외벽 마감재 관련 법안이 19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폐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태만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았다. 대신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직후 저마다 현장으로 달려가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이게 모두 네 탓"이라는 고질적인 정쟁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어느 누구도, 어느 당도 "관련 법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반성하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밀양 화재 참사를 놓고 '야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건 축소에 여념이 없다"고 맞받았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핵심 국정목표로 삼았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최상의 의무를 갖고 있다.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법으로 규제하고, 이를 보장해 줄 규정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듯 생명과 직결된 법안들이 무관심 속에 매몰됐고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완화됐다. 다른 무언가가 생명과 안전 위에 놓였다는 얘기다.
진정한 변화는 제대로 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제라도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됐지"라는 생각을 하는 국회의원이 없길 바란다. 참사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전에, "나는, 우리는 잘못한 게 없을까"하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참사를 정쟁의 또 다른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똑똑히 눈여겨 보고 확실히 각인해 둘 때다.
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소방기본법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2월 임시국회가 개회하기도 전에 전체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이제 와서 조급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꼼수로 국회를 향한 국민의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순 없다. "뒤늦게라도 법안이 통과 됐으니, 이제 참사가 줄어들겠지"라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
이 법안들이 조금만 더 일찍 시행됐다면 하는 분노를 떨쳐낼 수 없다. 그랬다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거나 그 참상이 크게 줄었을지 모른다. 2014년 10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요양병원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건물 규모가 아닌 병원 환자들의 나이와 피난 속도를 설치 기준에 반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연면적 5000㎡이상 혹은 수용인원 500명 이상인 경우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수정됐다. 이 바람에 밀양 세종병원이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같은 법 개정안도 숙박시설이나 밀폐된 영업장 등에 대해 스프링클러와 비상탈출 로프 설치를 규정했지만, 중소 상공인의 부담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자동 폐기됐다. 제천 화재 참사의 주요 원인인 외벽 마감재 관련 법안이 19대 국회 때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폐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태만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았다. 대신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직후 저마다 현장으로 달려가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이게 모두 네 탓"이라는 고질적인 정쟁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어느 누구도, 어느 당도 "관련 법안을 제때 통과시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반성하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밀양 화재 참사를 놓고 '야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이 소방관 국가직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건 축소에 여념이 없다"고 맞받았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핵심 국정목표로 삼았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최상의 의무를 갖고 있다.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법으로 규제하고, 이를 보장해 줄 규정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듯 생명과 직결된 법안들이 무관심 속에 매몰됐고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완화됐다. 다른 무언가가 생명과 안전 위에 놓였다는 얘기다.
진정한 변화는 제대로 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제라도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됐지"라는 생각을 하는 국회의원이 없길 바란다. 참사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 전에, "나는, 우리는 잘못한 게 없을까"하는 반성부터 해야 한다. 참사를 정쟁의 또 다른 도구로 활용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똑똑히 눈여겨 보고 확실히 각인해 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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