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반도체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박막으로 사용하는 소재를 기판에 증착하지 않고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박상열) 소재에너지융합측정센터 윤주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반도체·OLED 공정에서 증착 과정 없이 박막 소재만 단독으로 평가하는 물성측정기술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증착은 다양한 소재가 기화해 기판에 부착되면서 기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얇은 막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반도체나 OLED 공정 등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박막을 통해 제품에 전도성, 발광성 등 다양한 특성을 부여한다. 특히 초박막화·대면적화 등 첨단기술이 도입되면서 더 복합적인 박막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증착에서 중요한 조건은 진공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박막의 소재로 쓰이는 유기물질은 진공환경에서만 온전하게 증착할 수 있으며, 공기 중에 노출 시 분해돼 폭발까지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공정에서는 소재를 기판에 입힌 다음 특성을 보는 '선증착·후검사' 방법을 이용했다. 진공환경을 유지하면서 기화 전 고체·액체 소재의 물리적 특성을 다루는 기술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반도체·OLED 증착용 소재 물성측정기술은 번거로운 증착 과정 없이 진공에서 소재 특성만 단독으로 평가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진공·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유기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 물질이 내부 파이프에 달라붙어 측정을 방해하는 '탈기체' 문제를 해결해 완벽한 '선검사·후증착' 방법을 최초로 제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진공환경에서 소재물질의 증기압, 상태 변화 지점, 열·화학적 안정성, 증기 조성비 등 다양한 물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윤주영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원천기술은 십수 년 간 국내 60개 이상 업체에 기술지원을 제공하며 축적한 노하우가 담겼다"며 "제품의 신뢰성과 생산성을 크게 높여 수입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와 OLED 박막용 소재의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RISS는 지난달 해당 기술을 반도체 장비부품 전문기업인 마에스텍에 이전해 올해 제품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