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수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혁신센터장
![[포럼] R&D 혁신 연구환경 조성이 핵심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2/2018020502102251607001[1].jpg "[포럼] R&D 혁신 연구환경 조성이 핵심이다")
그 동안 우리는 연구의 가장 주체인 연구자 입장에서의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다. 일방적인 정책결정, 통제위주의 규정, 양적결과 중심의 평가에 익숙해져 "연구는 연구자가 한다"는 기본적인 것을 잊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연구자에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보다는 제시된 목표의 달성여부만을 판단했고, 장기적으로 연구성과를 평가하고 축적하기 보다는 단기적 성과로 연구자를 측정해 왔다. 또한 어떻게 하면 연구의 본질인 새로운 학문영역을 확대하고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 낼까에 대한 고민보다 "연구비가 문제없이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더욱 신경 쓴 부분도 있다.
앞으로의 연구결과는 일방적 목표설정에 의한 양적성과가 아니라, 연구자의 자율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 질적성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한국연구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그 동안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질적수준을 나타내는 우리나라의 피인용 상위 1% 논문의 평균피인용 증가율, 점유율 증가율, 논문수 증가율이 세계 1~3위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좋은 논문이 숫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우리의 성장잠재력과 동력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불씨를 살려나가고 보다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연구자중심 R&D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하여 체계적인 이행을 위한 세부과제를 도출했다. 기획단계에서 다수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개방형 기획을 통해 사업추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긴 호흡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사업을 설계하고, 과제제안서는 최대한 간소화해 폭넓은 연구자의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과제선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평가자 풀을 확대하고 상피제도를 완화했으며, 중간평가와 결과평가 역시 관리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연구과제의 진행을 도와주는 과정존중의 컨설팅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연구자의 행정처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구비집행의 편의성도 제고했다.
그러면 이러한 제도개선만으로 혁신적인 연구성과가 나올 조건이 갖춰진 것일까? 몇 가지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첫째 연구에 대한 우리의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연구 성공률이 95%이상이다. 대단하다고 볼 수 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달성할 수 있는 연구만 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성공 또는 실패로 연구를 평가해 온 결과다. 성공한 혁신적 성과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의 반복과 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둘째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연구자가 행정처리에 24%의 시간을 쓰고 있다고 한다. 앞서 말한 제도개선과 더불어 연구현장의 지원조직 및 인력 등에 대한 보완을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연구비 사용 등 관련제도가 통제개념에서 연구자가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소수가 잘못한 부분을 통제하기 위해 촘촘한 규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이는 선량한 다수의 연구자에게 행정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소수의 잘못에 대한 엄격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책임은 확실히 묻되 자율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필요로 한다. 우선 연구자의 피나는 열정과 노력, 연구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연구환경의 조성, 그리고 연구결과가 축적되게 기다려주는 인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질 때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고 세계가 주목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