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등장 2013년만 60%
2014년이후 4년간 40%대 수준
기업 기술협력·산학 연구협력
모두 20위권밖 낮은순위 기록
'폐쇄적 문화' 융합·협업 막아
기술융합 R&D과제지원 확대
융합·협업 통한 '파괴적 혁신'
2014년이후 4년간 40%대 수준
기업 기술협력·산학 연구협력
모두 20위권밖 낮은순위 기록
'폐쇄적 문화' 융합·협업 막아
기술융합 R&D과제지원 확대
융합·협업 통한 '파괴적 혁신'
■ 혁신성장 2018
산업기술진흥협회 서베이(융합기술 기업 설문)
디지털타임스·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공동
조사대상=기업부설연구소 보유기업 408개사
(일반중기 160, 혁신형 중기 223, 중견기업 15, 대기업 10)
글로벌 시가총액 5대 기업인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 등 혁신기업의 공통점은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들이 각자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새로 만든 시장에서 열매를 독식하기 시작하면서 융합과 개방을 통한 혁신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 2013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와 공동으로 산업현장 융합활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 올해 조사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활동인 융합과 외부협업에 관한 인식과 실행 여부, 앞으로의 계획, 정책 제언 등을 물었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가 세상에 던져졌다.
WEF는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물리적·디지털적·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모호한 개념과 실체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은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은 광범위한 기술과 산업의 융합이다. '초연결성'·'초지능화'를 바탕으로 기술과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파괴적 기술 혁신이 계속해서 일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제조업 경쟁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달리 한국의 혁신 생태계는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연구개발 주체 간 협력 정도는 산-학 간이 32위, 기업 간이 45위일 정도로 낮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개방형 혁신 생태계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본지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공동으로 기업부설연구소 보유기업 408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융합활동 및 외부협업 활동 추진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기술개발 과정에서 융합 활동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168개사(41.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 및 제품개발 과정에서 외부 기술이나 지식,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외부협업) 경험이 있는 기업은 67.6%로 조사됐다.
지난 5년간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융합경험이 있는 기업 비율은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강조한 '창조경제'를 내세웠던 2013년(340개사) 60.3%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2014년(418개사) 34.7%, 2015년(405개사) 44%, 2016년(772개사) 36.1%, 지난해(408개사) 41.2%로 비슷한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융합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다루던 지식과 기술, 서비스 등을 다른 산업 분야에 접목해 한층 편리하고 실용성 높은 서비스·상품을 개발하는 활동을 말한다.
현대사회는 한 가지 기술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시대로, 융합을 통한 신산업·신기술 개척은 이미 기업들의 필수적인 혁신 활동으로 자리하고 있다.
모바일 혁명을 일으킨 스마트폰을 비롯해 앞으로 거리를 누빌 자율주행차와 드론, 제조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등은 모두 기술 융합이 낳은 산물이다.
이같이 급변하는 외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자원을 모두 보유한 조직은 없다.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외부의 역량을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수다. 독자적인 원천 기술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또 이를 자체적으로 모두 준비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에 큰 제약이 따른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선진 기업뿐만 아니라 샤오미와 같은 중국 기업들까지 외부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외부에 필요한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강하다.
WEF와 IMD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간 기술협력 정도'와 '산학 연구협력 정도'는 모두 20위권 밖의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단기 성과주의로 인해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 기술 유출을 우려한 폐쇄적인 문화 등이 기업 혁신의 동력인 융합과 헙업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KOITA는 "기업을 포함한 기술혁신 주체들 간의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혁신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우선 제품 또는 기술 중심의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지원을 강화하고, 정부 R&D 사업에서 기업과 기업 간 기술협력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또 혁신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향적인 정책적 접근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종훈 KOITA 전략기획본부장은 "기업은 협력과 융합 활동의 파트너로 동업종이나 이업종의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분야의 융합 R&D 과제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산업계간 기술협력 활성화 촉진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술협력 혹은 기업간 사업 및 기술 협력 등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융합과 협업을 통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기술·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범부처 융합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R&D과정에서 축적되는 연구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구축해 공유·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혁신이 성공하려면 시대 변화에 맞는 혁신 커뮤니티와 혁신 문화가 필수"라며 "혁신의 최고의 방법은 융합이며 융합의 최고의 수단은 협력"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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