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1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직장 내 성희롱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2013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신고사건 2734건 중 시정완료는 307건(11%)에 불과했다. 시정완료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회사에서 가해자가 징계 또는 인사 조치를 받고, 회사 측이 고용노동부의 재발방지 대책 등 시정조치를 완료했다는 의미다. 겨우 10건 가운데 1건만 시정조치가 된 셈이다. 형사 처벌이나 행정조치로 이어진 경우도 드물었다. 검찰기소로 이어진 경우는 14건(0.5%), 사업장 책임자인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359건(13%)에 그쳤다.
강 의원은 특히 성희롱을 구제하는 직장내 '명예고용평등감독관(고평감독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고평감독관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장 내에서 사업주 외 유일하게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처리할 권한을 갖고 있다. 고평감독관은 지난해 말 현재 1416개 사업장에 총 5085명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과 관련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평감독관이 노조에 소속된 경우는 27%, 나머지는 인사부 등 사측 소속이다. 여성 비율도 26%에 불과하다. 이들은 명예직이라 활동이 제한적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들을 대상으로 성추행 사건 처리와 관련한 체계적 교육을 하지 않고, 활동 결과 등을 관리하지 않는다.
강 의원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관련해 정부가 신고시스템 강화,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 등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직장 내 구제수단'인 고평감독관에 대한 논의는 놓치고 있다"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직장 내 구제수단이 강화되면 더 신속하고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수위의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