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돈 ETRI 시냅스소자창의연구실장
![[포럼] 고신뢰성 신경전극 연구 속도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6/2018060502102251607001[1].jpg "[포럼] 고신뢰성 신경전극 연구 속도내야")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5170만여 명으로 세계 27위라고 한다. 하지만 낮은 출산율로 인해 10년 후 2028년이 되면 자연증가 인구는 '0'이 되어 2060년에는 가장 늙은 국가, 2305년에 우리나라는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국제미래학회는 말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에 3%, 2040년에는 1% 수준까지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노동력 확보를 위해 양성평등과 이민 등과 같은 정책도 필요하지만, 인구의 감소는 국가 존폐가 걸린 문제로 과학자인 필자도 책임감이 든다. 고령화가 되면 반드시 동반되는 것이 바로 육체적, 정신적 장애의 증가다. 사고 등으로 인한 사지장애, 뇌졸중, 우울증, 알츠하이머, 시각 및 청각장애, 파킨슨씨 병, 그리고 배뇨장애 등 다양한 장애요인이 있는데 열거한 장애는 대부분 신경계 장애다.
우리는 전신마비 환자의 뇌에 신경전극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모니터의 커서를 움직이는 기술을 언론을 통해 목격했다. 최근에는 고속타이핑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 중이다. 신경전극은 뇌 세포 단위의 신경신호를 측정하거나 전기 자극에 사용되는 전극을 말한다. 팔이 절단된 장애인의 보철 팔은 신경전극을 통해 거의 온전한 팔과 같은 수준으로 제어되고 있다. 향후 보철 팔에 부착된 인공감각센서를 이용해 실제처럼 감각을 느끼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뇌에 이식된 신경전극을 통해 전기 자극으로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거나 1년 이상 침대에 누워있던 뇌졸중 환자가 목발을 잡고 걸을 수 있게 되는 소위 기적과도 같은 임상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술의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뇌 등 인체에 직접 전극을 삽입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거부감도 한몫 한다. 하지만 근본 이유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발표에 따르면 뇌에 삽입된 신경전극의 이식 내구성이 채 1년을 넘기지 못함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라는 점이다. 즉 신경전극의 신뢰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과학자들은 전극에 대한 신뢰성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연구그룹의 노력으로 신뢰성 문제는 비생물학적 이슈와 생물학적 이슈로 구분돼 정리되고 있다. 신경전극을 뇌에 이식하면 뇌척수액에 함유돼 있는 알칼리 이온들에 의해 전극 또는 전극보호막이 천천히 손상된다. 신경전극의 물리적인 손상은 비생물학적 이슈다. 신경전극과 기판은 접착력이 약해 접착용 금속층을 사용하는데, 바로 이 접착용 금속 층이 알칼리 이온들에 의해 녹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소속된 ETRI 연구팀은 접착용 금속 층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적으로 안정한 불소계 고분자를 기판과 전극 보호층으로 사용, 생체 내에서 화학적 부식 우려가 없는 신경전극을 개발했다. 화학적 부식 문제가 없는 전극은 신경전극 외에도 바이오센서, 강산과 강염기 환경에서의 센서 등의 구현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경전극이 뇌에 이식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뇌 세포 활동을 도와주는 교세포들 가운데 일부가 신경전극을 이물질로 인식, 뇌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단백질을 분비해 신경전극에 절연 막을 형성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이슈로 분류되는 이 문제는 신경전극의 신경신호 측정 및 전기 자극 효율을 감소시킨다.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는 신경전극의 기판이 부드러울수록 일종의 면역 반응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개발한 전극의 표면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연구진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부식과 면역반응 문제가 없는 신경전극은 탁월한 이식안정성으로 인해 이식거부감을 줄여주고 수술 횟수를 최소화해준다. 연구진은 향후 개념 증명 단계에 있는 많은 뇌-제어 기술의 보급화를 앞당겨 신경계 장애인들로 하여금 사회 및 경제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
최근 테슬라 CEO인 엘론 머스크는 영화 '매트릭스'에서와 같이 사람의 생각을 다운로드 또는 업로드 하려는 목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 한다. 페이스북에서는 피부를 통해 소리를 듣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언젠가는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보조 기억장치도 개발될 것이다. 먼 미래에는 개인의 지능을 훨씬 초과하는 집단 지능의 출현이 예견되고 있으며, 이 때 필요한 것은 속도가 느린 말이나 문자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렇게 상상의 미래로만 여겨지는 일들의 첫 걸음이 바로 '고신뢰성 신경전극'이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는 곧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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