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포럼] 최저임금 과속인상, 정부 책임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0302102369607001[1].jpg "[포럼] 최저임금 과속인상, 정부 책임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했다. 작년의 16.4%에 이은 큰 폭의 인상이다. 그러나 2020년 1만원 공약의 실현은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사실상 어렵게 되었으며, 이는 이미 작년에 최저임금 계산의 중요한 기준인 산입범위가 조정됨에 따라 예상된 바였다.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 모두가 위원회의 결정에 이의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은 사실상 모두, 고용노동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의 제1조를 보면 최저임금이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법적으로 정하는 것이지만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다수 국민은 일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예외도 많다. 소위 불로소득으로 살아가는 부유층이나 고령자들도 있고, 일할 사람이 없는 가구에서는 최저임금이 올라가도 가구소득에는 변화가 없다. 그래서 법의 집행이란 강력한 방법을 사용할 때에는, 그 결과와 부정적 측면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사전연습인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대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나 공공부문의 근로자는 별다른 어려움없이 임금이 올라가지만, 민간부문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임금인상은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올해 3조원에 이어서 내년에는 6조원이상 지원자금을 활용한다지만, 사업소득의 노출을 꺼리는 경우나 인건비 부담이 심각해지는 경우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는 이미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경제적 상황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법적용을 받는데, 문제는 너무나 많은 부담을 한꺼번에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산업안전만이 아니라 불경기, 폭염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기에 가장 중요한 사업지속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사업을 접고자 하는 마음을 강제로 바꿀 수는 없다. 영세자영업자들의 폐업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견 규모의 사업장도 여러 가지 사유로 해외로 나간다. 물론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투자를 유도하고, 성공사례도 보지만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은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
근로자를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최저임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근로시간 등 여러 가지 규제적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종합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 서울시의 다산콜센터처럼 정부의 지원책이 하나의 창구를 통해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 홍보물을 보면 사업내용별로 담당부처가 다르고, 담당부서가 다르다. 여기서는 이이야기, 저기서는 저이야기로 지치기 일수다. 종합병원에서 협진하는 것처럼 정부도 사업주에 대해 협진의 자세로 정책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계약제도, 신용카드 수수료 등과 같이 고용주의 부담을 종합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특히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모든 해결책이 아니다. 당사자는 최저임금을 받지만 그 근로자가 속한 가구는 여유로운 집안일 수도 있고, 다수의 저소득 가구는 취업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정책의 혜택은 골고루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좀 더 겸허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을 위해 국민경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를 위해 최저임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정수준까지 소득을 지원해주는 근로장려금(EITC) 제도, 일정 수준까지 가구별로 소득을 지원해주는 저소득층 지원제도 등을 통해서 국민 전체의 삶의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근로자에 대한 지원책이 상생으로 이어져야 한다. 고용주의 사업의지를 꺾는다면 그 책임은 정책집행의 주체에 있다. 국민 모두의 고용을 정부가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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