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교수
![[시론] 8·2 부동산대책, 1년의 명암](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0802102269640002[1].jpg "[시론] 8·2 부동산대책, 1년의 명암")
투기수요를 막고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갭투자는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강남권 집값과 재건축시장은 급등세를 멈추고, 갭 투자자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또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던 청약시장에서 거품이 잦아들었고 무주택자들은 가점 비율이 올라 과거보다 당첨확률이 더 높아졌다.
반면에 8·2 부동산대책은 꼭 긍정적인 영향만 끼쳤다고 볼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지역간 그리고 세대간 양극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론보도를 인용하면 지방의 경우 부동산대책 전과 비교했을 때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은 반대로 대책 이전의 상승폭 보다 지난 1년간 상승폭이 더 커졌다. 지방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서울의 경우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청약시장을 봤을 때는 무주택자 사이에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무주택기간이 긴 40~50세대의 당첨확률이 훨씬 높아졌고, 무주택기간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세대의 당첨확률은 낮아지게 됐다. 추가적으로 LTV, DTI 강화로 대출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20~30세대에 비해 고소득자인 40~50세대가 대출이 더 원활해지고 20~30세대는 주택을 구매하기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8·2 부동산대책은 사회초년생이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내집 마련의 기회를 더욱 어렵게 만든 부분이 있다. 최근 들어 집값이 상승하면서 강남 뿐 아니라 서울의 주요 지역인 용산 마포 성동 등의 지역도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부 청년들에게는 '넘사벽' 아파트값이 되어버렸다. 삶의 많은 부분을 이와 같은 서울 도심의 주요지역에서 보내는 청년들이 그곳에서 주거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건 커다란 아쉬움을 가져다준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과 고민거리를 나누게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 이후 취업과 결혼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사회초년생들의 주거비용 증가와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질수록 학생들의 고민은 깊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작년 국토교통부의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와 청년 가구의 주거 안정성은 일반가구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일단 이사는 2배 이상 잦고, 내집 마련의 비율도 신혼부부가 45% 정도로 전체 평균인 58%에 비해 매우 낮은 걸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에서는 집값이 오를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최근 정부가 청약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확대하고 있고, '신혼부부·청년주거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8·2 정책 이후에 정부가 정책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좀 더 섬세하게 정책을 다듬어 나가기를 바란다. 주거 안정이 되어야 청년들은 그들의 미래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고, 이후 세대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장 원하는 꿈 중에 하나가 바로 내집 마련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원하는 그 꿈을 이루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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