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리스는 자동차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물건이다. 자동차는 그래도 신뢰할만한 리뷰나 전문가가 비교적 많은 반면 매트리스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인지 자동차는 단순 최고마력이 높은게 좋다거나 큰게 좋다거나, 혹은 비싼 게 좋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지적인 소비자들이 알고 있지만 매트리스는 마치 90년대 자동차 시장처럼, 저마다 유리한 수치를 가져다가 쓰며 자신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만 알아도 그게 얼마나 기만적인 얘기인지 드러날 주장이지만, 또 어떤 소비자들은 이를 맹신하기도 한다.
침대를 바꾸려는 결심에, 침대매트리스가격을 알아보겠다고 각 침대매트리스 쇼룸을 도는 순간, 지식의 불균형은 더 심해진다. 다들 자신의 브랜드가 좋다는 메시지는, 매트리스추천이 무색하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수면,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도 대비 제품 및 가격에 대한 낮은 이해도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를 초래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는 스프링, 라텍스, 메모리폼 등 소재의 차이나 장단점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형성되기 전으로 구매 시 대략적인 이미지나 브랜드 인지도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에이스침대매트리스나 시몬스매트리스 두 업체가 주도한 캠페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내구성, 스프링 기술이 핵심 구매 결정 요소로 각인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좋은 침대매트리스는 무엇인가 알아보기 위해 이색 매트리스 체험을 할 수 있는 쇼룸을 찾았다.
"1억 초고가 침대- 헤스텐스"
"매트리스가 차보다 비싼 건 당연하지 않나요. 고객님이 차보단 침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텐데 거기에 더 투자 해야 하지 않겠어요?" 라고 응대하는 수입 매트리스 브랜드의 세일즈맨. 쇼룸의 가장 센터에 있는 매트리스는 억대의 몸값을 자랑한다. 통념적인 매트리스 가격에 대한 인식을 깨는 침대매트리스가격은 궁금증을 유발시킬 만 하다. 양털, 말꼬리털, 스프링 등 좋다는 소재는 다 들어가 있다. 천만원짜리 퀸매트리스나 수퍼싱글매트리스 옵션이 더 잘 나가기는 해요 라고 권장해주는 세일즈맨이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가격은 '수작업, 장인정신'이 뒷받침되어 형성되었다.
"200만원대 침대- 템퍼"
"이건 나사에서 개발되었어요. 메모리폼이 아니라 이건 템퍼에요." 흔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다르게 설명해도 용납이 되는 건 아마 템퍼침대가 나사와의 초기 계약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야 메모리폼침대매트리스가 워낙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선택권이 늘어났지만, 템퍼매트리스는 '메모리폼'의 시장을 연 터줏대감이다. 매장마다 비치되어 있는 스펀지 샘플에는, 튕기지 않는 점탄성과 튕기는 라텍스매트리스 같은 탄성 물질을 비교해 놓아, 메모리폼이 충격 흡수가 잘 되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보여준다고 이야기 한다. 특유의 물침대 같은 잠김과 더위 때문에, 더위를 많이 타며 체격이 있는 남자들 및 커플 선호도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는 한다.
출처: 라쏨 프로젝트슬립
"30만원대 서울시 침대 - 프로젝트슬립"
"OECD 국가에서 우리나라가 수면 시간이 제일 부족하다고 하잖아요. 누구나 오늘을 휴식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도록, 더 좋은 숙면을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여러 주체가 힘을 합쳐 개발된 매트리스에요" 수면 방식과 취향에 대해 묻는 세일즈맨은 3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대해 브랜드의 가치가 "좋은 잠에 대한 확산"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울시 매트리스로 이름을 알린 프로젝트슬립은 대기업과 청년주택, 혁신기업 및 서울시가 협력해서 만든 제품이다. '브랜드'라는 표식을 달고 나오는 신뢰도 있는 제품들 중에, 공공적 가치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가 느껴지는 제품으로는 유일할 것이다.
극단적인 대비일 수 있겠지만, 침대매트리스가격인 1억과, 200만원, 30만원의 차이는 지갑으로 느끼기에는 너무 크고, 몸으로 느끼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단순히 마진과 퀄리티가 낮아, 싸기만 한 브랜드는 여럿 있을 수 있지만, "오래됐어요"나, "좋은게 나와요"라는 말이 신뢰의 지표가 아니라는 사실은 라돈 침대 파동을 거치면서 현명해진 소비자들이 깨달았을 것이다. 장인정신의 1억 침대와 공공적 가치의 30만원짜리 침대. 그 어느 쪽의 말도 틀리지 않았기에, 완벽한 침대메트리스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침대의 본질은 더도 덜도 아닌 '좋은 숙면'이다. 이 침대는 뭐가 많이 들었어요, 수치적으로 이게 좋아요가 아닌 좋은 잠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 담고 있다면, 사실 그 가격의 간극과는 상관없이 본질에서는 같은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