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포럼] 분배 치우친 조세정책은 하책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1602102369607001[1].jpg "[포럼] 분배 치우친 조세정책은 하책이다")
세금은 우선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국방과 치안, 거래비용 절감을 위한 교통과 통신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자활 능력이 없거나 떨어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불가피한 복지 등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분야의 재화나 서비스를 시장이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국방과 치안, SOC 건설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의 폭을 확대하고, 불가피한 복지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이렇게 쓰면 모든 사람들의 자유와 선택의 폭이 확대되고 사회가 안정되므로, 세금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내야 한다. 그래야 모두 떳떳할 수 있다. 부담 능력의 차이에 따른 세금의 차이도, 약탈적 누진이 아니라면, 큰 문제없이 수용될 수 있다. 현 정권의 조세 정책은 소득재분배를 통한 복지 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조세 정책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부자 증세'라는 이름으로 고소득자들에게 중과세하는 것은 다수에 의한 소수의 착취라는 점에서 부도덕하다. 예전의 군주정이나 귀족정에서는 소수가 다수의 일반 대중을 착취한 사례가 많았는데, 일반 대중이 이에 저항하고 민주정체를 확립한 지금, 대중은 자유와 평등에 한층 더 가까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대중이 이제 비례적 평등을 넘어 양적 평등을 원하면서 민주정을 위협하고 있다. 대중이 정치적 지배 세력으로 떠오른 지금, 집권 세력은 복지 지출을 위한 조세 정책으로 소수의 부를 빼앗아 다수에게 분배함으로써 다수의 지지를 얻는다. 집권과 자리 유지가 목적인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들먹이며 인기영합적 정책을 남발하고 대중을 부추긴다. '부자 증세'는 '조세 정의'로 둔갑한다. 다수가 지지하는 만큼, 고치기 어려운 착취 구조가 고착된다.
부자 증세가 더욱 고약한 것은 그 말이 함축하고 있는 '약탈성'이다. 인간의 본능적 질투와 시기심이 경쟁에서 이기려는 동기가 되어 사회를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재산을 빼앗아 고르게 나누려는 동기에 치우치면 사회를 지탱하는 도덕과, 도덕을 지키는 정의(正義)의 감정을 망가뜨리면서 사람들을 타락시킨다. 자유와 평등은 물론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한다.
국방과 치안, 사회간접자본 건설, 불가피한 복지 등을 위한 세금이 더 필요하다면 시장경제 원리적 정책으로 세원을 넓고 두껍게 하고 모든 사람들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다락같이 증가하는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부자 증세 정책은 약탈적일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의 저축 감소에 따른 자본 축적 저하로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일자리 해결도 더욱 어려워지고 증가하는 복지 재원도 마련할 수 없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필요불가결한 복지정책을 실시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 정책에 애쓰지 말고, 사유 재산을 보호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개인들 간의 협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 구축에 힘써야 한다.
세금 많이 걷는 나라치고 역동적인 나라는 없다. 국방과 치안 등, 몇 가지 분야를 제외하면 자원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쓰는 것이 한결 더 효율적이다. 정부가 쓰는 자원이 적을수록 나라는 부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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