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러, 다자체제서 협력"
중 ICBC, 터키에 36억달러 차관
상무부는 "미국과 협상 재개" 발표
중 ICBC, 터키에 36억달러 차관
상무부는 "미국과 협상 재개" 발표
[디지털타임스 윤선영 기자]미국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국, 러시아, 터키가 삼각동맹 구축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인 나라들을 공략해 우군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우려한 듯 미국과 협상에 나설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의 동맹이 미국의 압박을 견디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러시아·터키와 '삼각동맹' 구축하나?=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양제츠 중앙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전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 주임은 파트루셰프 서기에게 "양국 정상의 지도 아래 중러관계는 높은 수준의 발전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러 양국은 상호 중대 우려와 관련된 문제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다자 체제 틀 안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주임의 발언은 양국이 미국의 강도 높은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현재 미국의 제재에 맞서 공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에 경작 가능한 땅을 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대두 수입이 줄어들자 이를 도우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최근 목사 구금 문제를 두고 미국과 결별 수준을 밟는 터키에 손을 내밀고 있다. 중국의 국영은행인 공상은행(ICBC)은 지난달 터키의 에너지 및 운송 부문에 36억 달러 규모의 대출 패키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은행(BOC)의 터키 자회사는 최근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터키 정부의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지난 12일 "중국, 러시아, 일부 유럽 국가와 새로운 경제 동맹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터키와 러시아도 밀착하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지난 14일 "우리는 대러시아 제재를 지지한 적이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내려진 결정에 가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터키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터키를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도 "갈수록 많은 나라들이 달러와 거리를 두며 보다 믿을 수 있는 파트너들에 기대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 비난에 가세했다.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 터키가 삼각 동맹을 형성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에 화해의 손짓?=중국, 러시아, 터키가 강력한 동맹을 결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터키 경제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러시아도 최근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경제 위기설에 휩싸인 상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SCMP는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중국이 미국의 또 다른 무역 보복을 우려해 터키에 전면적인 경제적 지원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무역전쟁이 격화하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 3개월 간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8% 가까이 급락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역시 무역 전쟁으로 중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 막을 내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무역전쟁과 시 주석의 노선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은 무역전쟁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사실상 모두 소진한 상태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의 규모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 규모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 하는 과정에서 미국산 원유를 제외한 것도 보복 수단에 힘이 떨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중국은 미국과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과 중국이 이달 하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번 대화에 응했다는 발표 형식을 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질적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한 중국이 미국과 대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인 쉬이먀오는 10일 SCMP 기고문을 통해 "무역전쟁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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