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포럼] 美 장단금리 역전, 경기침체 신호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809/2018091802102369660001[1].jpg "[포럼] 美 장단금리 역전, 경기침체 신호인가")
왜 시장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나. 한마디로 이 추세면 장단금리가 곧 역전될 수도 있는데, 이는 '만기가 길수록 금리도 높다'(장고단저 :長高短低)라는 채권의 일반이론에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재 글로벌시장에선 향후 장단금리가 역전돼 미국의 경기침체로 연결되는 건 아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첫째, 장단금리의 역전은 강력한 경기침체의 시그널이란 의견이다. 채권 속성상 만기가 길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확실성이 커서 기회비용으로서의 금리도 당연히 높아야한다.
따라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는 미래경기가 비관적이어서 기업 등이 장기투자를 꺼리고 주로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하긴 과거 경험으로 보면 이 의견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씨티그룹 분석에 의하면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나타난 9번의 장단금리역전현상 중 7번(78%)이 경기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의 장단금리차 축소는 저인플레이션의 산물이란 의견도 있다. 예컨대, 경제학자 마이클 바우어는 최근 기술혁신 등 환경변화 때문인지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져서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 상태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니까 직접 영향을 받는 단기금리만 크게 상승, 장단금리를 잇는 수익률곡선이 평탄(flat)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장단금리차가 준다 해도 경기침체 우려는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란 얘기다.
미 연준도 시장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선지 서둘러 "Don't fear the yield curve'(수익률곡선을 두려워 말라)는 분석보고서를 내고, 장단금리차가 경기선행지표로서 반드시 유효한 건 아니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과연 어떤 의견이 맞을까.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장단금리가 역전될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왜냐하면 미국은 현재 2008년 리만사태 이후 거의 9년째 경기확장국면인데다 일년 가까이 실업률 4% 전후의 완전고용상태다. 즉, 굳이 10년 주기설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경기확장의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무역적자 축소가 아니라 기술패권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점, 4%를 뛰어넘는 성장률, 사상 최고치의 주가에 가려있지만 미국의 쌍둥이적자 확대가 재연되고 있다는 점 등도 경기 피크아웃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다.
그럼 장단금리가 역전된다면 시기는 언제쯤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추세로 볼 때, 10년물과 2년물의 장단금리는 내년 상반기, 금리차가 0.1%포인트까지 좁혀진 10년물과 5년물의 경우는 금년 중에도 역전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미중 무역전쟁이라도 미국의 경기호조와 함께 세계경제도 순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미국경기가 정점을 찍으면 분위기는 갑자기 바뀔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험해지거나 한미FTA 개정 등도 더욱 까다로워질 수 있다.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도 꼼꼼히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장단금리차가 가장 확대됐던 2003~2004년과 2009~2010년엔 주가바닥, 금리가 역전됐던 2000~2001년, 2006~2007년엔 정점을 찍고 내려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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