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심플
리처드 코치·그레그 록우드 저/ 부키 / 1만 8000원
"모든 '성공' 뒤에는 '심플'이 있다. 비즈니스를 심플하게 만들어라."
전 세계 36개 언어로 번역되어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80/20 법칙'의 저자이자 기업가·경영 컨설턴트인 리처드 코치는 신간 '무조건 심플'을 통해 이 같이 조언한다.
20%의 핵심 역량이 80%의 성과를 좌우한다는 법칙인 '80/20 법칙', 성장률이 높은 시장이나 틈새시장에서 최상의 위치를 차지했거나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사업을 가려내는 법칙인 '스타 비즈니스 법칙'을 만들어 낸 그가 이번엔 벤처 투자가인 그레그 록우드와 함께 '단순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독자들은 가격 단순화, 상품 단순화 등 단순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낸 유수 기업의 사례를 통해 '심플'의 효력을 확인할 수 있다. 코치는 가격 단순화의 효력에 주목했다. 가격이 원래의 5분의 1이나 10분의 1로 내려가면 수요는 만 배나 십만 배 팽창하는 효력을 발휘한다는 분석이다.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면 수요가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섯 배, 열 배, 백 배, 천 배 혹은 그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단순화가 경제적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생산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단순화를 실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심플하게 만들고, 사업을 조직하는 방식 자체, 즉 비즈니스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포드, 이케아, 맥도날드 등이 이러한 혁신을 실현한 기업으로 언급돼 있다.
특히 코치는 포드를 비즈니스 역사에서 단순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선구자로 꼽았다. 자동차 한 대 가격이 숙련된 노동자의 1년 치 임금보다 비쌌고 하루 생산량은 한 회사에서 5대에 불과했던 시절, 포드는 심플한 구조와 설계, 더 싸고 강한 재료, 새로운 생산 체제를 도입해 '모델 T'라는 단순화된 표준 모델 하나에만 집중했다. 생산성을 높인 결과 자동차 가격은 대당 2000달러에서 360달러까지 내려갔고 수요와 판매는 함께 급증했다. 한 해 1000대도 팔지 못했던 포드는 싸고 심플하고 운전하기 쉬운 모델 T 덕분에 1920년 한 해에만 125만 대를 팔았다. 가격 인하를 바탕으로 자동차 대중화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상품 단순화'가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도 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세련된 디자인, 심플한 사용법, 탁월한 성능이 동반된 상품을 많은 고객의 '애용품'으로 등극시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낸 애플이 그 주인공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1997년,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약 22억 달러였지만 2015년에는 7420억 달러로 커졌고 올해 8월 기준으로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코치는 그 원동력이 '심플'에 있다고 분석했다. 잡스의 비전, 회사 경영 방식, 제품 설계, 광고 등 모든 것이 진정한 의미의 '심플'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잡스는 기기의 버튼을 없애 버리는 것,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대폭 줄이는 것, 인터페이스의 옵션을 줄이는 단순화를 실현했다. 그리고 가격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편의성, 유용성, 예술성을 높이는 데에 집중했다. 상품 단순화를 위한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아이팟과 아이폰이다.
코치는 이러한 사례 분석에서 더 나아가 독자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단순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책 속의 체크리스트와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가 어떤 유형의 단순화에 적합한지, 실행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진단할 수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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