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한국 편의점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왔다. 10대나 20대가 '싼 값에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의 대표 주자였던 도시락은 이제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 됐다. 빵은 아예 매장에서 직접 굽는 곳도 있다. 1인당 편의점 수는 이제 일본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 여행의 필수 코스로 편의점을 빼놓지 않는다. 일본 편의점에서 꼭 먹어야 할 제품 리스트를 검색하면 편의점 브랜드별로 수십 개의 리스트가 쏟아져 나온다. 도대체 일본 편의점이 CU·GS25와 다른 게 뭐길래.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2일 일본의 중심 도쿄를 방문해 '편의점 털기'에 도전했다.
우선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필구' 항목인 샌드위치와 도시락 등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살펴봤다.
일본 도쿄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 전경 <김아름 기자>
첫 인상부터 "과연"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종류가 다양했다. 벽의 한 면을 모두 샌드위치와 삼각김밥, 도시락이 차지할 정도다. 메뉴 하나 하나는 한국 편의점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각 제품군 별 가짓수에서 압도하는 모습이다.
실제 일본 편의점들의 인기 요인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구색을 맞추기 위한 제품들이 아닌, 다양한 요구에 맞출 수 있는 세분화된 상품들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특히 각 편의점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는 타마고(계란) 샌드위치는 스크램블부터 프라이, 삶은 계란까지 다양한 종류가 구비돼 있었다. 여기에 돈까스, 채소 등 다른 재료가 무엇이 들어가냐에 따라 종류가 무한대로 갈라진다. 도시락과 삼각김밥 역시 마찬가지. 처음 편의점에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대체 뭘 사야 할 지 모를 정도로 가짓수가 다양하다.
일본 도쿄 편의점의 샌드위치 코너 <김아름 기자>
계란 샌드위치를 종류별로 사서 먹어 봤다. 스크램블 샌드위치는 부드러운 맛이, 삶은 계란 샌드위치는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같은 계란이라 할 지라도 조리법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점을 정확히 짚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편의점의 또다른 인기 품목인 오뎅 코너를 봐도 이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맛의 어묵 2~3가지로 구성된 국내 편의점과는 달리 30여가지의 오뎅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웬만한 한국의 오뎅바보다 선택의 폭이 넓다.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 오뎅 코너 <김아름 기자>
일본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로 빵이다. 로손의 모찌롤과 롤케이크, 훼미리마트의 생크림모찌, 세븐일레븐의 야키소바빵과 콘마요빵, 메론빵은 전문 제과점 수준의 빵을 1000원 안팎에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오로지 이 빵들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이는 대형 브랜드 뿐만이 아니다. 중소 브랜드인 '데일리 야마자키'의 한 매장은 아예 한 쪽이 모두 매장에서 직접 만든 빵과 버거로 채워져 있었다.
이번에 방문한 10여 개의 매장들은 모두 국내에서는 대형 매장으로 분류될 만한 크기였다. 제품의 다양화 역시 이 넓은 매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처럼 편의점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볼 정도로 근접해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운영 방식이다.
최근에는 국내 편의점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리한 확장보다는 매장을 대형화하고 맞춤형PB를 늘리는 등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90년대 일본 가요계를 따라했던 한국 가요가 K-POP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울려퍼지고, 한국 화장품이 일본 관광객의 '필구' 품목이 된 것처럼 한국 편의점이 '원조'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르포] 도쿄 `편의점 털기` 도전... 일본여행 필수코스, 왜?](//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0402109932060003[1].jpg "[르포] 도쿄 `편의점 털기` 도전... 일본여행 필수코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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