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포럼] `沒入의 상승` 함정에 빠진 경제정책](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2102102369640001[1].jpg "[포럼] `沒入의 상승` 함정에 빠진 경제정책")
몰입의 상승은 미국과 베트남 전쟁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시작하려고 할 때 베트남과 전쟁을 치르고 있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전쟁을 반대했다. 그 동안 미국이 역대 치러왔던 전쟁과 베트남 전쟁과는 열대 정글 기후와 베트콩의 게릴라 전술 등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기에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다양한 증거가 속출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라는 우월감과 힘만 믿고 베트남 전쟁을 확대했으나 결국 수 많은 전사자와 함께 패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이와 같이 기업이나 국가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렸지만 이런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근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더 추진하기 보다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만 한정된 자원을 더 이상 소진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국가의 최고결정자가 내린 결정은 몰입의 상승에 쉽게 빠져 매몰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의사결정보다도 돌이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제 아무리 절대적인 결정이라도 그 결정이 잘못됐다면 기업과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편익을 위해 하루빨리 거두어들여야 한다.
한국 재벌기업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는 장기적이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너 경영자가 내린 결정을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재벌기업은 대규모의 국제화를 과감히 시도했다. 그러나 해외사업에 대한 경험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국제화를 쉽게 중단할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와 같은 국제화 결정이 오너 경영자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한국 재벌기업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국제화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외환위기가 오지 않았다면 한국 재벌기업은 몰입의 상승으로 국제화를 통한 더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어렵다. 글로벌 환경변화 역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면서 예측 불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소득주도 성장이 한국경제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소득주도 성장은 한국경제를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뜨리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가 나오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투자, 소비, 고용 등 모든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이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가 한국경제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현 정부는 경제팀을 교체하고도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지적하고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제안하고 있으나 여전히 마이동풍이다.
한국 산업구조조정 역시 몰입의 상승의 대표적인 예다. 조선, 자동차 등 전통적인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조정을 기피하고 다시 한번 경기 회복이 올 것이라는 억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통 산업은 이미 중국과 같은 신흥국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국민의 세금을 퍼 붓고 있다. 지금이라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더 이상 몰입의 상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197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고성장시대에서는 몰입의 상승으로부터 나타난 어려움도 성장의 소용돌이에 파묻칠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저성장의 압박 속에 몰입의 상승에 빠진다면 회생할 수 있는 복원력을 찾는 것이 더욱 힘든 상황이다. 그 동안 몰입의 상승으로 산적해 있는 한국경제의 문제들,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 노동개혁, 규제개혁 등을 과감히 시행하고 몰입의 상승에 빠져들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도 이제는 과감히 혁신 성장으로 방향키를 바꿔야 한다. 2019년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 역시 성장이 둔화될 것이기에 이제부터라도 몰입의 상승에 더 이상 빠지지 않기 위한 담대한 의사결정을 새롭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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