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기차를 양산한 지 7년 만에 제대로 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국회는 내년 수소차 4000대분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5배나 많은 규모다. 현대차는 이미 올해 초 실시한 수소차 사전계약에서 수요를 확인했다. 이제는 생산능력을 입증할 차례다.
10일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애초 내년 수소차 예산 5500대분을 기대했던 만큼 케파(생산능력)에 있어 4000대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 수소차 예산안을 1421억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수소차 보급 예산 규모가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해도 484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났다. 수소차를 살 때 구매보조금으로 지원되는 수소차 예산도 내년 9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올해보다 25배 증가한 것이다. 현 보조금 지급 기준 수소차 4000대를 보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국내서 수소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사실상 내년 보조금은 고스란히 현대차가 수혜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실탄'을 두둑하게 마련해놓은 만큼 이제 몰리는 수요를 현대차가 감당해야 할 차례다.
현대차는 올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못했다. 올해 3월 실시한 넥쏘의 예약판매 첫날에만 733명이 몰렸다. 환경부가 준비했던 보조금은 작년 이월 분까지 더해도 240대분에 그쳤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추경으로 500대분이 보조금을 추가 확보했다. 이마저도 총 계약 대수가 2000여 대에 달하면서 모두 감당하지 못한 상황이다. 애초 넥쏘의 연간생산 물량을 4000여 대 수준으로 잡아놨던 현대차의 속은 타들어 갔다.
그동안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고도 '보조금'과 '충전소'라는 걸림돌에 부딪혀 빛을 보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의 누적대수는 753대에 불과하다. 올해 2월 출시한 현대차의 두 번째 수소차 '넥쏘'의 판매량이 올 들어 11월까지 587대인 점을 고려하면 2013년 이후 작년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200여 대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수소차뿐만 아니라 수소차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받는 수소충전소 관련 예산도 올해보다 3배 늘어난 450억원으로 확정됐다. 수소충전소 1기당 설치비용은 30억원 안팎이다. 이 중 정부는 최대 절반가량인 15억원을 지원한다.
수소충전소 확대는 수소차 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입차 업계에선 일본 도요타와 혼다 등도 수소차를 양산 중이지만, 아직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관련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차량 출시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수소충전소만 뒷받침된다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소차 출시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판매하는 수입차 업계 특성상 시장 기반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차를 들여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수소차와 같은 특수한 차는 더더욱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