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사업 성공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과거 하림의 팬오션 인수전이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업황 저하추세 속 인수합병(M&A)인데다 이해관계자가 한정된 기업간 거래(B2B) 업종이라는 점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체결한 8일 이후 조선업황이 부진한 상황에 따른 조선업체간 M&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는 인수작업 초반부터 양사 노조가 구조조정을 걱정하며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증권가에서도 신중론이 우세하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확실한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해운업종의 업황이 최악이던 2015년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때와 비슷하다. 당시 증권가와 신용평가사들은 두 회사의 M&A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팬오션은 이후 용선료 재협상 등을 통해 비용효율성을 높이면서 실적 제고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황 저하추세에서의 하림과 팬오션 간의 M&A 후 성공 키를 쥘 수 있었던 건 신속한 의사결정에 있다고 봤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업종과 달리 이해관계자가 한정된 B2B 업종의 경우 지배력 강화를 놓고 전후방업체 설득이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의 팬오션 인수 사례는 업황 저하추세에서도 사업환경을 일정 수준 변화시켜 M&A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똑같이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B2C는 M&A 성과가 부진한 사례가 종종 발생한 반면 B2B 업종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사업적 관점에서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일련의 M&A 사례에서 B2B 업종과 기업과 B2C 업종에 속한 기업이냐가 성패를 가른 것이 확인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홈플러스와 딜라이브 같은 불특정다수의 소비자를 고객으로 둔 B2C 업종에 속한 기업은 IP-TV와의 경쟁구도에서 열위에 처한 상황에서 아무리 비용효율성 제고 노력을 해도 업황의 큰 흐름을 돌릴 수 없었다는 얘기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M&A의 목적 자체가 시너지인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뒷받침돼야 속도가 붙고 효과도 명확하다"며 "특히 업황이 불안하면 여러 고객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