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혐의 사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 여부가 이르면 내달 4일 결정된다. 고강도 제재 예고 넉 달여 만으로 '발행어음 1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제재안의 윤곽이 어떻게 드러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국 관계자는 21일 "더 늦어져선 안 된다는 판단에 당장 28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고 심의안건을 정했는데 27일 임시국회 일정이 생겨 미뤘다"며 "이르면 내달 첫 주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제재심 대회의는 매월 첫째 또는 셋째 목요일에 열린다.
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에 고강도 제재를 예고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하지만 넉달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해 빈축을 샀다. 지난 14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곧 열린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제재심의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의 신경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과 금융위 간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에 발행어음 자금을 활용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 거래가 기업대출이 아닌 개인대출이라고 본 금감원이 초대형 IB 규정을 위반한 중징계 사안이라고 판단하면서다. 자본시장법은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개인대출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금융위 소속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불법대출 혐의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답변은 곤란하다. 그러나 입장을 거둬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제재심의국 관계자는 "금융위 자문기구의 해석이 제재심 결과를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제재심의 위원이 15명에 달하고 각 위원들의 판단이 들어가는 문제인 만큼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위법 소지가 분명한 만큼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원안 수정은 없을 것이다. 변경하는 일 자체가 실무적으로 어렵다"며 "제재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해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이 내놓은 한국투자증권에 제재안에는 기관경고는 물론 관련 임원 해임 권고, 과태료 부과 등이 담겼다.
업계는 불확실성이 곧 제거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중징계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황 자체가 시장에 리스크다. 연말부터 불확실의 연속"이라며 "공식적으로 제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고가 터져 흐트러진 분위기 속에서 업자들은 눈치만 살필 수밖에 없다. 그게 금융투자업계 속성"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부터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도' 정도면 될 문제"라며 "궁금증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 반, 고강도 제재안이 나올 것에 대한 우려 역시 반"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