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100년을 넘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잊지 않고 계속 찾아와 준 단골손님들 덕분이지요."
이와무라다 혼마치 상점가의 아베 히로타카 미소 가게 사장은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떼다 파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직접 미소를 만들어서 팔고 있다"면서 "크지는 않은 가게지만 선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 미소 가게는 무려 160년이나 됐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곳이다. 머리가 하얗게 센 아베 사장은 아버지의 아버지가 만든 미소 가게를 대물림 받아 가족들과 함께 꾸려 나가고 있었다. 이와무라다에는 아베 사장의 친인척들도 여럿 모여 살고 있다고 했다. 이와무라다 상점가진흥조합의 아베 신이치 이사장도 미소 가게 아베 사장과 친척이었다.
미소 가게는 160년이 됐지만 제품 구성이나 매장 인테리어는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게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느낌을 줬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미소를 하얀 종이포장지에 정갈하게 담아 리본으로 묶거나 소량을 비닐에 담아 개별포장한 상품들이 많았다. 미소로 만든 과자나 예쁜 조미료 병에 담긴 가루형 미소 등 고르는 재미도 있고, 가격도 400엔(한화 4000원 상당)부터 1000엔(한화 1만원 상당)까지 다양했다. 매장 안에는 일본인에게 가장 친숙한 상징물이라는 다루마(일본 오뚝이) 등 일본풍 소품이 미소 가게 분위기를 매우 밝고 경쾌하게 만들어줬다. 아베 사장은 "젊은이들도 찾아오는 곳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미소 가게도 대형쇼핑몰의 여파로 휘청거린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아베 사장은 찾아오는 손님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아베 사장은 "사실 다른 상점가는 문 닫는 곳이 많다고 한다"며 "이곳은 외지에서 오는 손님들은 많지 않지만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동네 손님들이 회사에서 돌아오면서 종종 들러 미소를 사가기도 하고 반찬가게에 들러 반찬도 사가곤 한다"고 했다.
이와무라다의 또 다른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곳은 기모노 가게다. 이곳 역시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이 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노란색, 살구색 , 초록색 바탕에 화려하게 수 놓인 매화무늬나 화사한 벚꽃무늬를 뽐내는 기모노들에 저절로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모두 이곳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완성한 옷들이다. 매장 깊숙한 안쪽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직원들을 보니 옷감을 재단하고 바느질 하느라 손 놀릴 틈이 없어 보였다.
매장 한 쪽에는 단아하게 기모노를 차려 입은 여학생들과 늠름한 남학생들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모두 스무살 성인식을 맞아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이곳 기모노 가게에서는 옷을 맞추면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기모노를 입고 전통식으로 머리까지 다듬으려면 2~3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기모노 가게의 나카무라 요시오 사장은 "일본인들은 일생의 한 번뿐인 성인식을 기념하는 방법으로 기모노를 맞춰 입는다"면서 "풋풋한 학생들이 성인으로 거듭나는 뜻 깊은 날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가노현(일본)=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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