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김의겸이 보여준 시대의 민낯](http://contents.dt.co.kr/images/201904/2019040102102269061001[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김의겸이 보여준 시대의 민낯")
지난주 국민들의 관심은 단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재산증식 논란에 쏠렸다. 7명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검증,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회 퇴출, 검찰과 경찰의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수사 등의 뉴스가 있었으나 김의겸 대변인 만큼 언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매년 3월말 공개되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정기 재산변동 신고사항이 이만큼 폭발력을 드러낸 것도 참 오랜만이다.
관보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재개발예정지의 건물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했다. 전에 살던 집의 전세금, 아내의 퇴직금 등을 몽땅 넣고도 10억원의 은행대출 등 16억원의 빚을 내어 해당 상가를 구입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집을 살 수 있다. 대통령의 참모에게도 집 살 자유는 허용된다. 더구나 김 대변인은 그 과정에서 탈세를 하거나 법률을 위반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위선의 끝판왕'이라고 몰아세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첫째, 그는 부동산투자를 문제 삼는 문재인 정부의 대변인였다는 점이다. 문 정부의 주택정책은 "살 집 아니면 파시라"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겁박으로 대변된다. 노후에 월세라도 받고싶어 하는 다주택자들을 투기꾼으로 몰아세우며 은행 대출을 옥죄었다. 갑자기 아파트 중도금, 잔금 대출이 막히면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정부는 집의 시장가치가 올랐다면서 공시지가를 상향조정하고 세금을 올렸다. 정부가 8·2대책(2017년), 9·13대책(2018년)을 쏟아내면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대통령의 입'이 자신의 전 재산보다 더 많은 빚을 내어 부동산에 올인했다.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섬뜩해한다. 김 대변인은 적어도 두 가지 확신을 품었을 것이다. 먼저 자신이 투자한 흑석동 뉴타운은 반드시 개발된다는 믿음이다. 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별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김 대변인이 문 대통령을 배신하고 한방 먹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둘째는 김 대변인은 과거 기자 시절 썼던 자신의 칼럼과는 너무나 다른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는 198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하여 30년간 정치부, 사회부 등에서 사회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왔다.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 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중략)...가진 자와 힘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라고 칼럼에서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청와대 생활 7개월 만에 갑자기 '육식동물'이 되어 자신이 지적했던 구태를 재연했다.
어쩌면 김 대변인이 청와대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민낯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586'으로 불리는 청와대 참모진들은 그동안 사회정의를 외쳤지만 다른 문제보다 자신의 이익추구가 최우선이었다고. 지난 3월 27일 공개된 청와대 비서실의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대통령 비서실 39명의 재산은 일반인들의 기대치보다 훨씬 많다.
어쩌면 국민들은 김 대변인의 투자가 아니라, 자신의 현실에 대해서 분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늘어난 평균수명으로 인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자녀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직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경기가 후퇴하면서 주식시장도 영 신통치 않다. 은퇴 후 기댈 것이라고는 국민연금뿐이나 지난해 연금운용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그런 암울한 현실 속에 국민세금으로 관사 생활을 하면서 1년에 1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김 대변인의 사례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키우고 있다.
김 대변인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머뭇거리지 않고 사표를 냈다. 30년 언론인의 기개와 신념,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명예보다도 자기 이름의 30평대 신축아파트와 월세가 나오는 상가를 선택한 것이다. 얼마 전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대부분 기회가 된다면 김의겸의 길을 택한다고 답했다. 그는 재산공개 대상이기 때문에 언론에 크게 부각되었을 뿐이라고. 그렇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김의겸들이 살고 있다. 신념과 명예보다도 돈의 가치를 추구하는, 그래서 세상은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