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 인한 도미노 충격파
"악순환 계속 땐 시스템 위기"
"악순환 계속 땐 시스템 위기"
무너지는 수출전선
수출 둔화 추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총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출이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9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4월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5개월 연속 하락이다. 대외적으로 신흥국 불황 등으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데다 국내적으로는 투자 위축과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강력한 경기 침체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별로 4월 1∼20일에 대 중국 수출이 12.1% 감소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전체 수출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중 중국 비중은 26.8%에 달했다. 미국의 무역 강공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한국 수출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미·중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중국이 대미 수입을 대폭 확대할 경우 한국 수출이 예상외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수출효자 노릇을 해온 정보통신기술(ICT) 수출도 맥을 못 추고 있고, 한국의 경쟁력 강점 요소로 꼽히는 소재·부품 1분기 수출액도 3년 만에 하락세(-9.0%)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결과, ICT 수출액도 지난해 11월 소폭 하락세(1.7%감소)로 전환한 뒤 12월 -10.1%, 올해 1월 -18.3%, 2월 -19.0% 등 5개월째 감소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의 기초인 부품·소재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제조업의 경제 체질이 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의 전자 부품·화학제품 등의 경쟁력이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거나 따라잡기 직전의 상황이다.
수출시장 개척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 예산안 규모 등이 24일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정부의 수출 촉진 대책은 기업 투자 촉진방안 등 알맹이가 빠진 수출 대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수출 수요 발굴과 금융 확대, 해외시장 개척 지원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수출발 경기 둔화 추세가 5∼6개월 하락 등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지표들이 불황형 흑자가 촉발될 수 있다는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선 투자의 선행 지표인 자본재 수입 감소 폭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자본재 수입액은 지난해 11월 -11.4%, 12월 -23.1%, 올해 1월 -21%를 기록한 뒤 2월에는 -35.9%로 추락했다. 수출 감소로 인한 투자 위축이 심각한 국면에 진입하면서 경기악화, 기업실적 부진, 소득 감소 등의 악순환이 빚어지는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수출이 대외 충격에 취약한 이면에는 한국경제의 구조쇄신 부진과 수출 구조고도화 실패 등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산업과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부문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구조 등 때문에 주력 품목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달 1∼20일에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이 11.5% 감소한 것도 반도체(-24.7%), 자동차 부품(-4.1%), 선박(-0.7%) 등 주력 트리플 품목의 수출 감소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12∼2017년에 비메모리 부문 시장 점유율이 5.0%에서 3.4%로 오히려 떨어지면서 중국(2.2%→4.0%)에도 역전을 허용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수출이 반등할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하고 있지만, 막연한 기대일 뿐 구체적 실체는 뾰족한 것이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투자 부진이 누적되고 있고, 주력 제품 경기도 악화하고 있어 수출 경기의 하강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추이와 산업 구조 변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면서 비상한 수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며 "땜질식 재정 확대 대책보다는 기업 투자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 규제 혁파와 투자 확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수출 둔화 추세가 심상치 않다. 국내 총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출이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9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4월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5개월 연속 하락이다. 대외적으로 신흥국 불황 등으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데다 국내적으로는 투자 위축과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강력한 경기 침체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별로 4월 1∼20일에 대 중국 수출이 12.1% 감소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전체 수출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중 중국 비중은 26.8%에 달했다. 미국의 무역 강공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한국 수출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미·중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중국이 대미 수입을 대폭 확대할 경우 한국 수출이 예상외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수출효자 노릇을 해온 정보통신기술(ICT) 수출도 맥을 못 추고 있고, 한국의 경쟁력 강점 요소로 꼽히는 소재·부품 1분기 수출액도 3년 만에 하락세(-9.0%)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결과, ICT 수출액도 지난해 11월 소폭 하락세(1.7%감소)로 전환한 뒤 12월 -10.1%, 올해 1월 -18.3%, 2월 -19.0% 등 5개월째 감소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의 기초인 부품·소재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제조업의 경제 체질이 약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의 전자 부품·화학제품 등의 경쟁력이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거나 따라잡기 직전의 상황이다.
수출시장 개척 등을 포함한 추가경정 예산안 규모 등이 24일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정부의 수출 촉진 대책은 기업 투자 촉진방안 등 알맹이가 빠진 수출 대책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수출 수요 발굴과 금융 확대, 해외시장 개척 지원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수출발 경기 둔화 추세가 5∼6개월 하락 등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지표들이 불황형 흑자가 촉발될 수 있다는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선 투자의 선행 지표인 자본재 수입 감소 폭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자본재 수입액은 지난해 11월 -11.4%, 12월 -23.1%, 올해 1월 -21%를 기록한 뒤 2월에는 -35.9%로 추락했다. 수출 감소로 인한 투자 위축이 심각한 국면에 진입하면서 경기악화, 기업실적 부진, 소득 감소 등의 악순환이 빚어지는 '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수출이 대외 충격에 취약한 이면에는 한국경제의 구조쇄신 부진과 수출 구조고도화 실패 등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산업과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부문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구조 등 때문에 주력 품목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달 1∼20일에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이 11.5% 감소한 것도 반도체(-24.7%), 자동차 부품(-4.1%), 선박(-0.7%) 등 주력 트리플 품목의 수출 감소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12∼2017년에 비메모리 부문 시장 점유율이 5.0%에서 3.4%로 오히려 떨어지면서 중국(2.2%→4.0%)에도 역전을 허용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수출이 반등할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하고 있지만, 막연한 기대일 뿐 구체적 실체는 뾰족한 것이 없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투자 부진이 누적되고 있고, 주력 제품 경기도 악화하고 있어 수출 경기의 하강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추이와 산업 구조 변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면서 비상한 수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며 "땜질식 재정 확대 대책보다는 기업 투자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 규제 혁파와 투자 확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