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차세대ERP 속속 도입
하이닉스도 올초부터 본격 가동
24시간 생산라인 중단시간 줄듯
하이닉스도 올초부터 본격 가동
24시간 생산라인 중단시간 줄듯
SK그룹이 IT플랫폼 진화를 통한 경쟁력 높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가스와 SK머티리얼즈가 SAP의 차세대 ERP(전사적자원관리)인 'S/4하나'를 도입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최근 도입을 끝내고 운영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도 S/4하나를 도입 중이고 SK텔레콤은 도입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S/4하나는 SAP가 ERP 구조를 재설계해 새로 내놓은 제품으로, 기존 ERP가 디스크에 데이터를 저장해 복잡하고 느렸던 반면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해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또 데이터모델을 새로 설계해 데이터 용량을 크게 줄였다. 자사 인메모리DB를 채택한 S/4하나를 내놓으면서 SAP는 그동안 공생했던 오라클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2025년 이후 기존 ERP를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들의 S/4하나 도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업계 최초로 S/4하나를 도입한 SK하이닉스는 7~9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SAP '사파이어 나우'에서 도입사례를 발표해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ERP를 S/4하나로 바꾸면서 ERP용 DB도 오라클에서 하나DB로 전환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상철 SK하이닉스 상무(경영정보담당)는 "반도체 공정이 갈수록 미세화하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전략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회사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인텔리전트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비전 하에 ERP 신규 도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3~4개월의 사전기획을 거쳐 작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S/4하나를 도입하고 2월24일 가동에 들어갔다. ERP용 DB를 하나DB로 바꾸면서 오라클 DB 비중은 90%로 줄었다. 여전히 반도체 생산현장 IT시스템은 오라클 DB 기반으로 운영된다.
2025년 기존 ERP 서비스 중단을 앞두고 남들보다 빨리 변신해 장점을 먼저 취하자는 게 회사의 판단이었다. 본사 외에 SK㈜ C&C와 SAP 인력들이 팀을 이뤘다. 가동 후 확실한 성능 변화가 확인됐다. ERP 처리속도가 54% 가량 빨라지고 일부 기능은 100배 이상 빨라졌다. 솔루션 구조가 과거보다 단순화돼 유지관리가 쉬워졌다. 회사는 특히 24시간 무중단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특성을 고려해 시스템 중단시간 최소화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상무는 "생산현장과 연관된 기능은 중단시간이 길어지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시작할 당시 60시간으로 예상했던 다운타임을 10시간으로 줄였고, 특히 생산설비 관련 기능은 5시간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10시간 다운타임은 S/4하나 도입 기업 중 세계 최소 시간이다. 과거 8.3테라바이트에 달하던 ERP DB 용량은 1.2테라바이트로 85% 줄었다. 데이터 자동압축과 DB 구조 단순화를 통해 가능했다. 시스템은 x86 리눅스서버를 이용해 자체구축 방식으로 도입했고, 해외법인 등 일부는 클라우드도 이용할 계획이다.
ERP 외 회사 전체적인 디지털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올 하반기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RPA(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머신러닝을 활용한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한다. 이어 내년까지 회사 전체 경영정보를 대형 화면에서 보는 디지털보드룸을 구축하고, 클라우드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부터 2022년까지 인공지능 기반 팩토리, IoT와 에지컴퓨팅 결합, 모바일·디지털 오피스 도입을 통해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상철 상무는 "새로운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ERP를 발전시켜 갈 것"이라면서 "흩어진 경영 데이터를 모아 실시간 분석·활용하는 환경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랜도(미국)=인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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