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체적 방안없어 발표 미뤄
수입맥주 출고량 4년來 246% ↑
"종량세 전환 지연땐 시장 내줄판"
수입맥주 출고량 4년來 246% ↑
"종량세 전환 지연땐 시장 내줄판"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연초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던 정부의 주세 개편안 발표가 미뤄지면서 주류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특히 주세 개편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맥주업계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세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잦은 발표 시기 연기에 업계에서는 "이러다 주세법 개정이 아예 무산될 것 같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말 바꾸기의 시작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종량세 개편안 발표 직전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세법 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11월에는 기재부가 "2019년 3월까지 개편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2월에는 홍남기 부총리가 "4월 말에서 5월 초"로 발표 시기를 지목했지만 지난 7일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이 "최대한 빨리 조율해서 발표하려고 하나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단언해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또 한 발 물러섰다.
정부는 "주종 간 또는 동일 주종 내에 일부 이견이 있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량세 전환이 시급한 맥주업계에서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 주세법은 주류의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과세표준액이 높은 국산 맥주가 세금이 더 많이 붙는다.
국산 맥주 업체들은 종량세가 적용되면 맥주 가격을 지금보다 낮춰 '4캔 만원'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나 오비맥주의 필굿 등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유사 맥주들은 맥주(72%)의 절반도 되지 않는 주세(30%)를 적용받는다. 이에 12캔 만원 등의 초저가 마케팅으로 수입맥주가 점령한 가정용 맥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72%의 주세가 붙는 일반 맥주의 경우 가격 마케팅을 시도할 수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국산 맥주 업체들의 경쟁력은 나날이 하락하는 추세다. 국세청 주세신고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산 맥주의 출고량은 182만3899㎘로 4년 전(2013년)보다 1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맥주는 32만6978㎘를 기록, 246%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수입맥주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1분기 국산 맥주 판매량은 발포주를 포함하더라도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발포주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맥주의 부진을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수입맥주는 11.9% 성장하며 기세를 올렸다. 일각에서는 올해 수입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30%대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산 맥주 업체들이 "주세법 개정 없이는 수입맥주와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볼멘 소리를 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4조원이 넘는 맥주 시장의 존폐가 달린 사안이 계속 표류 중인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맥주 시장을 외래종에 다 넘겨주기 전에 주세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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