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회적 가치(SV)'가 조만간 또 한번의 '퀀텀점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할 지 주목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조만간 새 경영전략인 SV 추구경영의 하나로, 관련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부터 본격 운영한다.
SK그룹은 작년 초 계열사 별로 임원급 지속경영추진담당을 신설하는 등 전담 조직을 만들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가치 측정 체계를 점검했고, 1000여개가 넘는 결과값을 바탕으로 새로운 측정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의 중요성과 측정방식, 운영방안 등에 대해 대외에 알릴 예정이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석 달간 그룹 사회공헌위원회와 외부 전문가, 교수 등과 함께 논의와 검증을 거쳐 정량화 한 측정체계를 만들었고, 일부 계열사에 적용한 적이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7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5조1521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밝힌 적도 있다.
이번 발표는 SK하이닉스의 사례와 같은 그룹 내·외부 샘플 1000개 이상을 바탕으로 좀 더 체계화 한 측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넘어 그룹의 구조재편과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미 올 초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핵심성과지표(KPI) 가운데 SV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SV경영철학에 대한 최 회장의 진정성에서 유추할 수 있다. MBC 장학퀴즈 후원,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 등 선대인 고(故) 최종현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SV의 철학을 이어 받은 최 회장은 취임 6년 뒤인 2004년 신임 임원 교육 과정에 참석해 "앞으로 기업의 가치는 고객, 주주, 종업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가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며, SV 경영철학을 알렸다.
최 회장은 이후 지난 2017년에는 개정한 SKMS(SK경영관리체계)의 내용을 담아 기업의 헌법 격인 정관을 개정했다. '이해관계자의 가치 증대'를 '이해 관계자 행복'으로 개정해 기업의 핵심 가치를 이윤추구에서 행복추구로 바꾼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CEO세미나에서는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하루빨리 나서달라"고 주요 경영진에게 당부했고, 올해는 계열사 핵심성과지표(KPI)에까지 반영하는 등, 그룹 전반의 'SV 경영'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지난 3월 중국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사로 참여한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과 창출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두 가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SK 주요 관계사들이 지난해 어느 정도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올 상반기 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28일에는 SK그룹과 코트라 등 31개 기업·학계·비영리단체가 참여하는 첫 사회적 가치 민간 축제인 '소셜밸류 커넥트 2019(이하 SOVAC)'가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다.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온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각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해 SV 확산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최태원 SK 회장이 28일(현지시간)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연사로 참석해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