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최근 1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온 5%룰을 시대 흐름과 변화에 맞춰 합리적으로 개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5%룰은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가진 투자자는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신고하도록 한 자본시장법상 규정이다. 시장에서 투기 목적의 자금유입을 제어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지난 1992년 도입, 2005년과 2009년 개정을 거쳤다.
김 부위원장은 "5%룰은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며 "투자자들이 공시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기만 하면 모든 형태의 주주권의 행사가 가능하다. 다만 현행 자본시장법령은 주주의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면 '단순투자'로 구분하고 있어 주주활동을 활발하게 하면 공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에도 5%룰을 적용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김 부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다른 투자자들의 추종매매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며 "5%룰에 따른 상세한 포트폴리오 공개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PEF(사모펀드)를 제외한 외국계 기관투자자 중에는 내부 투자정책에 따라 '경영권 참여' 목적의 주식보유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 경우도 많다. 이 유형의 기관투자자는 의도치 않은 공시의무 위반을 우려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부위원장은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로 간주되는 주주활동의 범위가 다소 넓고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기업 경영을 위태롭게 할 의도가 없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온건하고 건설적인 형태의 주주활동은 장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발표자로 나선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보유 목적에 대한 판단은 대량보유공시 의무 특례 적용 여부 외에도 기타 자본시장법, 시행령, 행정규칙 조항에 폭넓게 상호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는 다수의 보편적인 주주참여 활동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해석되며, 이에 따라 주주활동에 따른 부담이 획일적으로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보유 목적은 2008년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 154조에 폭넓게 열거돼 있다"며 "이를 '보편적인 주주참여 활동'과 '기업 지배권을 위협할 수 있는 활동'으로 합리적으로 차별화하고, 주주 활동과 관련한 비용도 차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