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웰 차관보, 경제보복 개입 시사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나서며 메모지에 적힌 내용을 읽은 뒤 안경을 벗고 있다. 오른쪽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신임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17일 한·일 갈등에 개입할 뜻을 시사했다. 다만 미국측이 한·일 중 누구의 편을 들 것인지는 확실치 않은 상태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및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난 직후 기자들에게 "한·일이 민감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해법을 찾길 희망한다"며 "미국은 가까운 동맹이자 두 국가의 친구로서 이들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선 같은 질문에 "생각해보고 내일 말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날엔 "동맹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및 미국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한국의 외교 당국자들을 만나면서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함께 회견에 나선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통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설명했고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도 대화재개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 도울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 중재에 나설지는 확실치 않다. 오히려 반대의 해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연례 미국산 제품 전시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취임 후 60만 일자리가 생겼으니 우리는 기적을 이룬 것"이라며 "일본과 다른 나라들이 나의 확실한 요구와 지시를 받고 있고, 그들은 지금 미국에 엄청난 공장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인 지난 12일에도 "일본과 다른 나라들의 자동차 회사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호평했다. 미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나라 중에서도 연일 일본의 기여도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한·일 갈등과 직접 관련된 발언은 아니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에 침묵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의미심장한 발언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틸웰 차관보는 윤순구 차관보 등과의 회동에서 호르무즈 해협 호위와 관련해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스틸웰 차관보가 일반적인 중동정세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재섭기자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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