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그동안 김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전개해 오던 핵심 사업들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2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기업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삼성바이오가 그동안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제3공장 생산 및 CDO(위탁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은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검찰이 신청한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분식회계 의혹을 덜고, 하반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 따르면 이날 김 대표는 인천 송도 집무실로 출근해 평소처럼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회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CDO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2020년이 되면 CDO에서 50건 이상 수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누적 28건의 CDO를 수주한 상태다.
제3공장 물량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송도에 1공장(3만 리터), 2공장(15만2000리터), 3공장(18만리터) 등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 규모로는 세계 최대인 총 36만2000리터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초 3공장 총 생산규모의 25%까지 확보했고, 해당 공장의 수주물량을 연말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2020년 본격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검찰이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그의 행보는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따라서 김 대표가 하반기에 열릴 대규모 국제 행사에 직접 참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오는 11월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의약품 박람회 'CPhI Worldwide 2019'(이하 CPhI)에 김 대표가 참석할지 유동적이다. CPhI는 지난해 김 대표가 기조강연을 맡았던 행사이기도 하다. 삼성바이오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편 업계에서도 국내 바이오 업계의 대표기업이 분식회계 의혹을 덜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김태한 대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코리아 바이오'를 부각시켰다"면서 "김 대표의 신변상 문제가 생기면 한국 바이오산업을 보는 시각에 아무래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산업계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지난 5월 24일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