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와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는 사적 제87호로 지정된 익산 쌍릉 소왕릉을 발굴해 문자를 새기지 않은 무자비(無字碑) 형태 묘표석 두 점을 찾았다고 19일 밝혔다.
두 유물은 각각 석실 앞과 봉분에서 나타났으며, 모양새가 전혀 다르다. 묘표석에 명문(銘文·금석에 새긴 글자)은 없었고, 국내에 전례가 없어 주목된다.
그러나 무왕 무덤으로 알려진 대왕릉에서 인골이 담긴 상자가 나온 것과 달리 소왕릉에서는 피장자를 추정할 만한 단서가 확인되지 않았다.
석비형 묘표석은 석실 입구로부터 약 1m 떨어진 지점에서 비스듬하게 선 채로 드러났다. 크기는 길이 125㎝·너비 77㎝·두께 13㎝다. 석실을 향한 앞쪽은 정교하게 다듬었으나, 뒷면은 다소 볼록하다.
최완규 마한백제문화연구소장은 "국내 왕릉급 고분에서 무자비 묘표석 두 점이 발견된 첫 사례"라며 "글자가 없는 석비형 묘표석은 중국 측천무후 무덤 바깥에 있는 유물이 유명하고, 석주형 묘표석은 중국 지안(集安) 태왕릉 부근에 있는 고구려 봉토석실인 우산하(禹山下) 1080호에서 드러난 바 있다"고 말했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관심을 끈 피장자 추정 단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작년 대왕릉 조사에서는 관대 위에서 인골이 담긴 나무상자가 발견됐고, 사망 시점이 620∼659년이고 60대 남성의 뼈라는 분석 결과가 알려지면서 641년 세상을 떠난 무왕 무덤이라는 견해에 힘이 실렸다.
최 소장은 "소왕릉 주인이 선화공주인지, 미륵사지 석탑 사리봉영기에 등장하는 사택적덕 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인물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80m 거리를 두고 조성한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구성된 쌍릉은 오금산 줄기가 끝나는 남서쪽 능선에 위치한다. 대왕릉은 익산에 미륵사라는 거대한 사찰을 세운 무왕, 소왕릉은 무왕 비인 선화공주가 각각 묻혔다고 알려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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