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포럼] 가속페달 밟는 전기車](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2402102369061001[1].jpg "[포럼] 가속페달 밟는 전기車")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돋보인 현상은 독일 업체들의 전기자동차 전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독일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전기차 양산에 나서서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브랜드 EQ의 컨셉트카 'EQS'와 양산 밴 'EQV', BMW의 뉴 미니쿠퍼 'SE', 아우디의 오프로드 전기 컨셉트카 등이 전시됐다. 폭스바겐(VW)은 소형 전기차 'e-업!', 'e-골프'와 함께 'ID.3'을 소개했다. 특히 'ID.3'이 눈을 끌었는데 사전 예약(1000유로 예약금)이 모터쇼 전에 이미 3만대에 달했다고 한다. 이 차량이 상징하는 바는 매우 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 VW이 전기차 대중화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VW이 이제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한판 전쟁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면 왜 이 시점에서 그들은 이 차량을 내 놓았을까?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해서가 아닐까?
전기차는, 여러 나라의 정부가 다양한 정책으로 적극적으로 밀기 때문에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는 회사들은 무조건 개발하고 판매해야 하는 형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의무판매제를 시작했는데 중국 등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사용하는 정책은 이같은 의무 판매제(일정 비율 판매 요구)를 비롯해서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상점과 벌점, 주차 편의, 차 등록 편의(중국의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은 엄청난 당근으로 작용한다. 초기 구입비가 너무 비싼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보조금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왜냐 하면 소위 '뚜벅이'라고 부르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먼 거리는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여가용으로 비싼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를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모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래서 승승장구하던 중국의 전기차 산업과 시장에 찬 기운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7월과 8월 월 판매대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조금이 아주 끊긴 주행거리 250km 이하의 전기차 판매가 격감해서 400개 이상으로 난립한 전기차 업체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 시점에 VW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너무 늦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독일 업체들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전기차 중심으로 꾸민 의도가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시장인 중국에서의 의무판매제 도입에 따른 대책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예고했던 대로 보조금 삭감에 나섰고 의무 판매 비율(원래는 8%에서 매년 2%씩 증가, 만족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함)을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전기차 생산과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의 배터리 가격이 내리고 양산을 통한 생산비용 저감 등을 통해 내연기관 자동차와 보조금 없이도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아시아에서는 현대차가 포니의 이미지를 현대화시킨 복고풍 전기차 '45컨셉트'를, 혼다가 소형 전기차 'E일렉트릭카'를 전시했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이제 테슬라와 닛산, 비야디 등의 중국업체가 주도하던 전기차 시장에 정식 도전장을 낸 것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는 올해, 전기차가 보조금 감소라는 역경을 딛고 계속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나아가 수년 내에 정부 도움 없이도 경제성 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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