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포럼] 이러다 超대형 위기 온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2402102369061002[1].jpg "[포럼] 이러다 超대형 위기 온다")
대통령이 주재한 9월 16일 수석·보좌관 회의의 모두발언 관련,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최근 고용지표와 가계소득 지표가 개선됐으므로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나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 등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 둘째,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내수활력과 투자 활성화에도 총력을 기울여 민간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을 쏟으면서, 여전히 고용이 미흡한 연령대와 제조업 분야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위에서 언급된 첫번째 항목, 즉, 우리 경제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여부는 여기서 논외로 차치하기로 하되, 일단 학계 거시경제학자들이 2017년부터 심각한 문제로 지적해온 고용시장의 미시적지표 악화가 모두발언에서 지적된 것은 의미가 있다하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 하락한 3.0%, 고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 상승한 67%로, 전체적으로 노동시장이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세부적 연령별·산업별 고용상황을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8월 경제활동인구의 연령별 고용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30~39세, 50~59세, 60세 이상은 각각 0.4%, 0.2%, 1.3% 증가했지만 25 ~29세와 40~49세에선 각각 2.0%, 0.9% 감소했다. 열심히 일을 해야 할 청년층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있는 것이다. 특히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남자들의 고용이 모두 감소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60세 이상의 남성고용만 0.8% 상승하고, 20~29세, 30~39세, 40~49세, 50~59세의 모든 남성고용은 각각 0.1%, 0.4%, 1.3%, 1.0% 감소하였다.
일자리 내용도 문제이다. 산업별 일자리를 보면 사업·개인·공공사업과 도소매, 숙박, 음식점에서 각각 33만2000개, 5만1000개 증가했지만, 광공업과 전기·운수·통신·금융에서는 각각 2만8000개, 4만5000개 감소했다. 정부 지원 덕택에 일자리 숫자상 50세 이상의 고용은 증가했지만, 청년층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에서의 의미있는 고용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정책당국과 청와대는 경제의 기초경제 여건, 즉 펀더멘탈이 좋다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그 펀더멘탈의 변수에 외환보유고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학계의 개방거시경제학자들이 끊임없이 외환보유고 고갈로 인한 외환위기를 경고하였음에도 말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보니,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 통계를 제대로 집계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경제학의 펀더멘탈은 숲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변수에 불과하므로, 경제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미시적 변수들의 건강성과 지속성을 점검하지 않고 숲만 보는 경제정책은 위험하다. 이를테면, 대기업·중소기업의 기업가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재와 미래의 경제 현황, 연령별 및 산업별 고용, 외환을 벌어들이는 산업별 투자 및 수출입 경쟁력 현황, 교육·과학 및 기술 경쟁력, 인구 추이, 연금 추이, 영리 및 비영리 조직의 사회적 책임, 정치 등의 다양한 변수들이 현재 및 미래의 펀더멘탈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변수들이다.
정부는 펀더멘탈이 좋다고 자신하지만, 펀더멘탈 기저에 있는 미시변수들의 악화가 펀터멘탈에 어떤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주시하지 않는다면, 숲을 건강하게 지킬 수 없고, 숲의 이상 현상을 보고나서 나무를 치유하려 한다면 이미 때는 늦었다.
펀더멘탈이 좋은지, 과연 우리 경제가 올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미 많은 회의적 발언들이 나오고 있으니 그것을 여기서 반복할 의도는 없다. 단, 한 나라의 경제도 숲에 해당하는 펀더멘탈과 나무에 해당하는 주요 경제변수를 동시에 보아야 이념을 넘어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입안할 수 있고, 그 경제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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