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쌍용자동차가 국내서 시판 중인 차량은 5종으로 국내 완성차 5사 중 가장 적다. 그만큼 수요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시기 좋게 맞물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열풍을 타고 지난 2015년 내놓은 티볼리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고비 넘었을 뿐 앞으로가 문제다. 쌍용차가 작년 기준 한 해 동안 투입한 연구개발비(R&D)는 2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자동차(2조7564억원)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신차 개발부터 생산설비까지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신차 출시가 한 번이라도 주춤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박' 티볼리 효과도 휘청…피할 수 없는 '칼바람' =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쌍용차의 판매량(완성차 기준)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줄어든 9만9027대다. 올해 티볼리 부분변경 모델, 코란도 완전변경 모델 등 신차 2종을 내놨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올해 16만대 판매목표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잘 팔렸던 티볼리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국내서 팔린 티볼리는 2만8152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7%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은 33.3% 감소한 7199대다. 쌍용차의 내수 판매와 수출에서 티볼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5.2%, 37.77%에 달한다. 시장 경쟁이 지속해서 심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5년 초 출시된 티볼리는 출시 첫해 4만5021대의 실적으로 소형 SUV 1위에 올랐고 2017년까지 3년 연속 같은 차급에서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현대차가 코나와 베뉴를 출시하고, 기아차가 셀토스를 내놓으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작년 코나는 티볼리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셀토스 역시 출시와 동시에 1위 자리를 꿰찼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부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임원 20%를 내보내고, 남은 임원의 연봉을 10% 삭감한 데 이어 직원을 대상으로 한 순환휴직(안식년 제도)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2017년 1분기 이후 지난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업체와 달리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불행 중 다행이다.
◇턱없이 부족한 R&D 비용…"한 종만 실패해도 적자" = 쌍용차가 작년 한 해 투입한 R&D 비용은 2017억2700만원이다. 매출의 5.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비율만 놓고 보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 금액 역시 전년(1913억4600만원), 2016년(1559만400만원) 등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꾸준히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비교하면 R&D 비용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대차는 작년 R&D 비용으로 무려 2조7564억원을 지출했다. 쌍용차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모기업으로부터 경쟁력 있는 신차를 수입·판매할 수 있지만, 쌍용차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쌍용차의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기술력으로는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는 그동안 SUV, 디젤이라는 한정적인 틀에서 친환경차, R&D 부문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며 "신차가 나와도 다른 좋은 차가 많이 나오니 당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한두 개 차종만 문제 생겨도 바로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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