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囊中之錐 <낭중지추>](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2502102269660001[1].jpg "[古典여담] 囊中之錐 <낭중지추>")
주머니 낭, 가운데 중, 갈 지, 송곳 추. '주머니 속에 든 송곳'이란 말이다. 끝이 뾰족한 송곳은 주머니 속에 있어도 밖으로 삐지어 나오듯이 재능(才能)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띈다는 의미다.
'사기'(史記)의 평원군우경열전(平原君虞卿列傳)에서 유래한다. 조(趙)나라 공자 평원군은 평소 사람들을 후하게 대해 집에 수천 명의 식객이 묵었다. 진(秦)나라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는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도움을 청하도록 했다. 평원군은 식객과 제자 중 똘똘한 사람들을 선발해 함께 가려고 했다. 마지막 한 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을 때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앞으로 나와 스스로를 추천했다.
평원군은 "세상의 현명한 지사를 일컫자면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과 같아서 그 끝이 금세 드러나 보이는 법이오"라며 금시초문인 모수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모수는 "저는 오늘 비로소 그 주머니 속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라며 "저를 일찍 주머니 속에 있게 했더라면 송곳 끝 뿐 아니라 송곳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낭중지추)"이라고 했다. 결국 모수는 일행에 합류해 초나라로 가 교섭에 큰 공을 세웠다. 모수자천(毛遂自薦)도 이 일화에서 생겼다. 닭 무리 가운데 한 마리 학이라는 뜻으로 군중 속에 돋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군계일학(群鷄一鶴)도 낭중지추와 비슷한 의미다.
낭중지추를 '사실을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상황을 비유할 때 쓰는데, 뜻은 통할지 모르지만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자기PR 시대라는 오늘날, 낭중지추식 삶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이가 적잖다. 적극적으로 자기를 알리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인재는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니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도 지혜일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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