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생명의료전문위원장
![[기고] 차세대 주력산업 바이오헬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1102102269032001[1].jpg "[기고] 차세대 주력산업 바이오헬스")
지난 5월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3대 중점산업 중 하나로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 R&D투자를 2025년까지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인허가, 생산, 시장출시 단계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시책들은 반갑다.
다만 현장의 연구자 입장에서 덧붙이자면, 견고한 바이오헬스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학제 지식산업인 바이오헬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항상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대표기업을 키워온 기존 주력산업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핵심 산업인 제약바이오산업을 보자. 글로벌 신약개발 주체가 의사결정이 느리고 복잡한 대형 사(社)에서 소형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작은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발 빠르게 성과를 내면서 신약개발의 주역으로 도약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일례로 2018년 승인된 59개 신약 중 과반을 소형 바이오텍, 스타트업이 개발한 반면, 글로벌 상위 10대 기업들의 신약은 12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R&D 생산성 감소에 고심하던 대형사들은 자체 R&D를 줄이고, 스타트업 투자와 M&A를 통해 혁신을 외부에서 도입하는 방향으로 R&D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정부와 민간의 지원, 투자에 힘입어 신약개발연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최근 업계의 임상실패가 이어지면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약개발을 소형사가 주도하는 글로벌 트렌드는 중소기업 위주인 국내 산업 생태계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유망한 스타트업 벤처의 절대 수가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로 도전적인 기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또한 이들이 향후 산업의 주도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도 꾸준해야 한다.
한편, 창업의 기반이 되는 초기 신약파이프라인은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놓여있다. 이는 신약개발 R&D가 초기단계 보다는 성과위주의 후기단계에 주로 투입되었기 때문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이라도 유효·선도 물질 등 초기 파이프라인 발굴 사업과 혁신적인 플랫폼기술개발 사업을 시급히 시행하여, 그 성과들이 민간 투자와 결합하여 창업의 물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초기 파이프라인은 기전연구, 표적 발굴 및 검증, 약물탐색 등의 기초연구에서 나오는 만큼, 교수와 출연(연) 연구자 창업을 적극 지원해서 이들을 산업 전반으로 끌어들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선진국의 교수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 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도 바이오헬스 분야 R&D 예산안을 전년보다 17% 증가한 1조 1500억원으로 편성하였다. 정부 투자가 디딤돌이 되어 혁신적인 바이오헬스 창업기업과 노하우를 축적한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민간 투자의 활기가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약개발은 어렵다. 스타트업의 성공확률 또한 낮다. 우리는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할지 모른다. 하지만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에는 기초과학 발전과 고급일자리의 지속 창출을 동반하기에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도 실패를 반복하며 고군분투하는 기업과 연구자들이 바로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중요한 자산임을 인식하고 비판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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