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 급진전 의료수요 증가로 신약 개발 필요성 급증
신약 후보물질 탐색·발굴 정확도와 효율성 향상 가능
화이자·얀센·대웅제약·유한양행 등 도입 세계적 확산
신약 후보물질 탐색·발굴 정확도와 효율성 향상 가능
화이자·얀센·대웅제약·유한양행 등 도입 세계적 확산
바이오코리아, ICT와 바이오의 융합
② 신약개발 패러다임 바꾸는 기업들
인구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의료수요가 증가하고 신약개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제약사들이 AI(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AI가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여 ROI(투자 대비 효용)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래 신약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AI를 활용할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축적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신약개발에 나선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반면에 ROI는 줄어드는 악순환의 연결고리 속에 직면해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시니어 디렉터인 미셀 파텔 박사는 지난 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센터가 개최한 'AI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 2019'에서 제약사들이 처한 현실을 이 같이 짚어냈다.
파텔 박사에 따르면, 승인된 NME(신규분자물질) 한 개당 평균 R&D 비용은 10년 전 10억 달러에서 26억 달러로 증가했다. 또한 2014년 R&D 지출의 ROI는 2010년보다 10% 줄었다. 임상절차가 복잡해지고 수행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임상실패율도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제약기업이 직면한 이러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실현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AI다.
전문가들은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평균 10년, 50억 달러에 달하는 개발 시간과 비용을 10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신약후보 물질의 탐색·발굴의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제약업계의 판단이다.
이러한 기대 속에 AI 기반 신약개발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화이자는 IBM의 왓슨을 면역항암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GSK 역시 AI 기업인 엑스사이언티아와 신약 후보물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테바는 호흡기·중추신경제 질환을 위한 신약 개발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발굴하는 바이오엑셀은 사노피, 다케다 등과 신약 용도변경 분야에서 협업 중이다.
얀센도 AI 스타트업인 베네볼런트AI와 제휴를 통해, 임상단계 후보물질에 대한 평가와 난치성 질환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AI 기업인 인실리코메디슨과 악성 흑색종 치료를 위한 신약을 개발중이며 제네테크는 의료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GNS헬스케어와 암 치료법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AI 신약개발 움직임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초 헬스케어인공지능사업부를 신설했다. 신약개발 뿐만 아니라 맞춤형 진단, 처방, 사후 관리 등 질병의 전반적 관리에 적용할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신설 사업부의 목표다. 지난해에는 네이버와 함께 의료·보건 분야 빅데이터 업체 '다나아데이터'를 네이버와 함께 설립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진행중인 AI 기술로 각종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진단·치료·예방 서비스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현재 면역항암제 분야의 연구개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연구원·실무자 10명 규모의 TF를 자사 중앙연구소 내에 꾸렸다.
SK바이오팜은 디지털헬스케어 TF를 통해 AI 기반 '약물설계 플랫폼' 을 개발했으며, 이 플랫폼을 후보물질의 탐색과 설계, 연구 가설 제시 등 전반적인 신약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약물의 특성을 예측하고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제안하는 'AI 모델', 화합물의 외부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화합물 데이터 보관소', 화합물 데이터 보관소에서 제공되는 최신 학습 데이터가 모이는 'AI 모델 보관소' 등으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이 캐나다 사이클리카의 AI 기반 통합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자사 R&D 프로그램 2개에 적용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AI를 활용한 신약 연구개발을 본격화했다. 사이클리카의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Ligand DesignTM, Ligand Express)은 약물타깃에 결합하는 후보물질들의 약리학적, 물리화학적 및 체내동태적 특성까지 고려해 선별한다. 특히 AI가 학습할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는지가 AI 신약개발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데이터 확보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축하는 등 AI 신약개발을 위한 '총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암젠, 바이엘, GSK, 얀센, 노바티스 등 10개 제약사와 KU 로이벤,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교 등 유럽의 주요 대학,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멜로디 프로젝트(Machine Learning Ledger Orchestration for Drug Discovery, MELLODDY)'를 통해 데이터 공유 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제약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기반으로 바이오파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제안서를 제출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동된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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